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메이리 차이
‘글을 쓴다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청소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의문입니다. 글을 썼는데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아픈 상처까지 치유되는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글로 풀어내다보면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의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주도하고 실리콘밸리 천재들이 전하는 메시지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하루에도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실리콘밸리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훗날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죠. 그곳에서 일하는 천재들이 권하는 공부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최첨단 기술을 익히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의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글로 쓰고 나누면서 자신을 깊이 알기를 권합니다. 글로 쓰면 위 세 가지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첨단 기술을 창조하고 있는 곳에서도 자기 삶을 글로 쓰면서 이해하는 것이 먼저하고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청소년들은 2020년부터 입시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을 받죠. 주입식 암기 교육이 아니라 좋은 책을 읽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고 글로 쓰면서 삶과 세상을 이해합니다. 그 시작점에 있는 주제가 바로 ‘나와 우리는 누구인가?’입니다. 또한 ‘나와 우리는 어떤 장소와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나와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를 배웁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이해하도록 교육체계를 바꾼 것입니다.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에도 글쓰기가 핵심입니다.
군포 흥진중학교에서 진행한 미래자서전 쓰기에 참여한 학생의 글을 볼까요? 미래자서전 쓰기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경험과 함께 작가라는 이름의 꿈을 키우다》라는 제목으로 270페이지를 책을 쓴 학생의 머리말입니다.
“중학교에 들어와 미래자서전이라는 것을 쓰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먼저 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저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나 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그토록 원하고 꿈꾸던 진로가 과연 나에게 맞는가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되었습니다. 실은 어렸을 적부터 꿈에 관해 예민한 터라 ‘이 직업을 좋아하긴 했어도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있는가? 아니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맞는가?’까지 생각해보곤 했습니다. 진로에 대한 확신과 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미래자서전을 쓰면서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알아채고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학교 현장에서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습니다. 일명 ‘허구적자서전’ 쓰기입니다. 미래자서전과 이름만 다를 뿐 추구하는 것은 같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6년 반 동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크리스토퍼 강(강진영)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허구적자서전을 씁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과학자가 꿈이었죠. 하지만 허구적자서전을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대법관’이 되겠다고 진로를 바꿉니다. 연방대법관이 되어 역사를 다시 쓸 만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것으로 꿈이 바뀐 것입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교는 월버라이트, 고등학교는 필립스 앤 도버 아카데미, 대학교는 하버드대에서 공부하겠다고 설정합니다. 대학교만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진학하지 못했지만 원하는 대로 변호사가 되고 상원의원 보좌관도 지냈습니다. 그리고 백악관에서 법률과 관련된 일을 영향력 있게 해냅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언어 시간 숙제로 쓴 자서전이 삶의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살 수 있어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자기 삶을 살펴서 글을 쓰다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이루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자서전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이미 이룬 것처럼 적은 글입니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한 편의 영화와 같죠. 인생 성공 전략시나리오입니다. 가상의 공간에서 글쓰기로 한 평생을 살아보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는 글쓰기로 자신을 이해하고 살아갈 삶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글쓰기가 자신을 이해하고 살아갈 삶을 설계하는 최고의 도구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자신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글로 써 보십시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 오늘의 삶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삶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진정한 나로 살 수 있고 행복한 인생도 펼쳐낼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