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성컬럼, 나를 위로할 사람은 바로나다
임재성컬럼, 나를 위로할 사람은 바로나다
  • 임재성
  • 승인 2022.11.0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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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래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2022년 미래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

“나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도로시 앨리슨

마음이 힘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을 부정하고 삶의 의미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죠. 물기 없이 바싹 말라 있는 식물처럼 생동감이 없습니다. 자신을 너그럽게 품어주지 못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왜 항상 상처만 받고 살까?”,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봐.”, “나는 쓸모가 없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등의 말로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남들에게 비난의 소리를 들을 때면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면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에게 던지는 비난의 말은 벗어날 수 없습니다. 상처받은 자신에게 24시간 독화살을 날리며 스스로를 더 힘겹게 만듭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삶은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맙니다.

겉모습은 웃음이 가득하지만 속마음은 그늘이 가득한 청소년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 미래자서전 수업을 하면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내면의 상처로 힘들어했죠. 자신의 마음이 왜 힘든지 모른 채 살아가는 청소년도 많습니다. 아픈 마음, 속상한 마음을 끄집어내면 좋을 텐데 꽁꽁 숨깁니다. 그러다 속에서 곪아 터진 후에야 처방전을 받으려 동분서주합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처방전을 받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올바른 처방전을 받아도 그 처방전을 수용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치유약이 있어도 자신이 약을 잘 복용하고 보살펴야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기에 그렇습니다.

자신을 돌보고 지키는 사람이 자신이면 빠르게 치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직 어린데 어떻게 제가 저를 치료할 수 있어요?”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 의미는 중3 학생의 글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글로 털어놓을 때면 불안했다. 힘들 때의 감정이 곧잘 살아났기 때문이다. ‘또다시 고민하면 어떡하지. 또다시 그러면 어떡하지. 또다시 나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어떡하지.’ 두려웠다. 불안한 심정으로 컴퓨터를 껐다. 쓸 때는 울기도 했다. 이입되어 입맛 하나 없고 온종일 우울할 때도 있었다.

글을 다 쓰고 재해석을 했다. 감정들이 천천히 놓여갔다. 발자국을 남기며 저만치로 사라져갔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어갔다. 한데 엉겨있던 물감이 막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가 되니 아주 편안해진 것이었다. 그냥 그 속에서 나오면 되는 것이었다. 생각의 회로를 조금만 바꾸면 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 이렇게 쉽게 말하고 있지만, 생각의 회로를 바꾸는 그 까딱임이, 정말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앞길엔 분명 행복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미래자서전 《파도》의 일부 내용입니다. 중3 학생은 마음이 힘들어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오랜 시간 방황합니다. 해서는 안 될 시도를 하고 부정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지냅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꾸고 삶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마음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바뀐다는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돌보십시오. 누군가 나의 마음을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지 말고 적극적인 태도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셔야 합니다.

“자기를 돌보는 모든 행위는 진정한 자아를 강화하고 비판적이고 두려운 마음을 약화한다. 자기를 돌보는 모든 행위는 ‘나는 내편이다’라는 강력한 선언이다.”

미국의 마음 챙김 코치 수전 웨이스 베리의 말입니다. 이 말을 기억하며 자기를 돌보시기 바랍니다.

아픈 마음을 용서하고 위로하는 주체가 자신이면 좋습니다. 단 1퍼센트의 마음이라도 자신을 돌보는데 사용한다면 청소년들의 삶은 좋은 쪽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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