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을 들고 공격해라. 과거에 내가 누구였는지, 지금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기억하는지 써내려가라” -나탈리 골드버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해답은 자기 내면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해야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느라 바빠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합니다.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짬이 있어야 자신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요,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소가 있습니다. 죽도록 노력해도 도무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입니다. 내면의 자아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은 바로 아픈 상처입니다. 속마음이 정신적·심리적으로 상처 나 있으면 진정한 자신에게 다가설 수 없습니다. 상처가 자신에게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벽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자욱한 안개를 흩뿌려 시야를 흐리게 하죠.
많은 청소년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을 뿐 ‘금쪽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상처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신을 양육해준 사람의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받으면 상처가 생깁니다. 직접적인 학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한 삶을 살아도 상처가 됩니다. 누군가에 끌려 다니는 상황에서는 건강한 마음이 생성될 수 없으니까요. 따돌림, 폭력, 외모, 성적, 가정환경 등의 문제로 아파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도 어렵습니다. 그 의미는 글쓰기로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제임스 페니베이커 박사의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는 《글쓰기 치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트라우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히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이 있다. 그러나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후 그것을 비밀로 간직한 사람들은 훨씬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진로를 설계하기 전에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상처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야합니다. 아픈 마음이 치유돼야 진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픈 나를 마주하는 일이 말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픈 나를 바라보면 더 아프기 때문이죠. 아픔을 당했던 상황이 떠올라 힘이 들고, 아픔을 준 사람이 생각나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픔으로 인해 자신이 누리지 못한 행복, 빼앗긴 자유와 권리로 힘겨워합니다. 그래서 아픈 나를 마주하지 못하고 피하려고 합니다. 피하면 최소한 아픈 나를 마주하지 않으니 그런대로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처는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쓴 뿌리를 내리며 자랍니다. 그러다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다시 싹을 틔우고 자신을 힘들게 합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삶이 다할 때까지 숨어 있다가 언젠가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프지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반드시 치유해야 하고, 치유돼야 합니다.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글쓰기입니다. 자신의 서사를 살펴서 있는 그대로의 삶을 글로 풀어내는 순간 치유는 시작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받았던 상처가 자기 삶을 글로 쓰는 순간 치유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글쓰기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리덤 라이터스>라는 영화로 소개돼 화재가 되었죠.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라는 책으로도 출간돼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책과 영화로 소개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소재 윌슨 고등학교는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서 공부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지역 갱단이 쏜 총에 맞아 가족을 잃고, 인종차별, 마약, 가정폭력으로 힘들게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자유롭게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합니다. 교장선생님과 주변 선생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처받고 사는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시킵니다. 말썽꾸러기들은 글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이 자기 삶의 이야기를 진실하게 풀어냅니다. 글을 쓰면서 친구와 부모, 자기 마음의 실체를 깨달으며 치유가 시작됩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공유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관계를 회복합니다. 졸업조차 힘든 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은 아이들 150명 전원은 당당히 졸업을 하고 대학에 진학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자기 삶의 이야기를 쓴 글쓰기의 힘입니다.
다음은 저의 미래자서전 수업에 참가한 학생의 글입니다. 어느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이 썼을지 생각하면서 읽어보세요.
미래자서전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한 가지였습니다. 미래자서전을 씀으로서 과거의 저를 반성하고 현재의 저를 인정하며 미래의 더 발전한 저를 꿈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지금까지 제 자신을 얼마나 많이 부정해 왔는지 느꼈습니다. 제 글을 보면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단어가 지금의 제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한 마디로 겁쟁이입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에 그동안 저를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약한 저의 모습을 외면하기만 했죠.
이 책의 마지막쯤을 보면 한 학생과 상담했던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때 그 학생의 모습이 지금의 저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제가 학생에게 해주는 말들이 지금의 제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입니다.
저는 미래자서전을 쓰면서 미래를 기획하는 것을 넘어 저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웠어요. 게다가 묻어두었던 내면의 상처를 꺼내어보기도 했죠. 처음에는 이것이 마냥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제 상처를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연스레 치유가 되더라고요.
저의 고민과 잘못을 솔직하게 적으면서 제가 외면했던 것들에 하나 둘 답이 보이더군요. 신기하고도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만약 용기를 내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평생 저의 상처를 외면한 채 남에게 보여 지는 저만을 꾸미며 살았을 것입니다. 이런 삶은 결코 행복한 삶이 될 수 없겠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사람이 글을 쓴 것처럼 느껴지나요? 아닙니다. 위 글을 쓴 주인공은 15살 여학생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다》라는 제목으로 미래자서전 글을 썼습니다. 그 책의 머리말입니다. 잦은 전학, 다문화가정,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것이 상처가 되었죠. 그 상처를 글로 풀어내면서 치유를 경험했다고 고백합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진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면 진실하게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써 보십시오. 아직 치유되지 않는 아픔이 있다면 꼭 글로 써야 합니다. 솔직하게 자기 삶을 들여다보고 글로 풀어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픔이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상처 받았던 삶을 쓰면서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능력도 배울 수 있습니다. 감정이 조절되고 마음에 안정이 찾아올 때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담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진짜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