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착한 기자’ 소고
[홍경석 칼럼] ‘착한 기자’ 소고
  • 홍경석
  • 승인 2022.11.0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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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송별연’ 단상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도 그렇게 울었다, 좋은 인연은 간절함이 필요하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도 그렇게 울었다, 좋은 인연은 간절함이 필요하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가지 재주는 있다는 뜻으로 비유한다. 내가 꼭 그렇다는 느낌이다. 그건 바로 치열함이다. 젊어서 배우지 못한 한을 지천명 나이가 되어서야 풀었다.

3년 과정의 사이버대학에서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공부했다. 졸업식 때는 학업 최우수상까지 받았다. 이순이 가까운 나이가 되어선 난생처음 책을 냈다. 병행하여 소줏값이라도 벌 요량에 여기저기 기고와 투고를 병행했다.

그 과정에서 독자가 명예기자로, 시민기자가 칼럼니스트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어떤 변혁까지 이뤄졌다. 비난 기사를 일축하고 칭찬 기사만 쓰는 ‘착한 기자’로 자리매김하는 소득까지 일궜다.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취재 요청이 쇄도했다.

그걸 토대로 세 권의 저서를 추가로 발간했다. 올부터는 또 모 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CEO)을 수강 중이다. 독자에서 일약 명예기자로 신분 세탁(?)을 한 것은 대전광역시청에서 매달 발간하는 ‘대전이즈유’(구, 이츠대전)의 힘이 컸다.

나에게 명예기자라는 과분한 날개를 달아준 것은 혜안을 지닌 ‘대전이즈유’의 편집장님 덕분이다. <월간 대전이즈유>는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인 대전의 시정, 사람, 문화, 지역의 주요 소식 등을 소개하는 대전 시정 종합월간지다.

따라서 무료로 배부되는 이 책을 보면 대전의 A to Z를 한눈에 꿸 수 있다. 그동안 더 좋은 <월간 대전이즈유>를 만드시느라 노심초사했던 편집장님께서 지난달 말로 ‘제대’를 하셨다. 서운한 마음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나 말고도 내로라하는 명불허전의 명예기자가 많은 까닭에 나 혼자서만 편집장님을 만나 독대(獨對) 식의 식사를 한다는 건 분명 어폐가 존재했다. 그래서 단톡방에 공지를 올렸다. 이왕이면 100% 참석을 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각자 스케줄이 다르고 바쁘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긴 내가 공부하는 대학원의 동기도 30명이 넘지만 수업이 있는 금요일에 모두 참석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하는 수 없어 오는 00일엔 내가 먼저, 그다음 주엔 다른 명예기자님이 주관하는 ‘반쪽 송별연’으로 치러지게 되었다. 어쨌든 그동안 편집장님께 신세를 톡톡히 진 명예기자의 입장에서 새삼 편집장님의 후의(厚意)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것은 분명 ‘유사자연향 하필당풍립’(有麝自然香 何必當風立)의 확고한 정립이었다. 이는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로 ‘사향을 지녔으면 저절로 향기가 나는 법인데, 어찌하여 꼭 바람을 맞고 서 있는가?’라는 의미심장의 구절이다.

사향(麝香)은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건조하여 얻는 향료이다. 어두운 갈색 가루로 향기가 매우 강하다. 강심제, 각성제 따위에 약재로 쓰이는 사향은 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좋은 향이 널리 퍼져 나간다.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花香百里 酒香千里 人香萬里, 꽃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 향기는 만 리를 간다)라는 의미와 동격이다. 인생은 회자정리(會者定離)의 반복이자 연속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길의 명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불변한 것은 사람은 처음의 만남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다음에 다시 만나도 십년지기 이상으로 반갑기 마련이다.

편집장님께서 그동안 베풀어주신 은혜에 새삼 감사드리며 앞으로 무엇을 하시더라도 순풍만범(順風滿帆)으로 쾌항하시길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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