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것은 그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추측으로 그대를 짐작한다. 그들은 그대의 기교를 보는 만큼 그대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판결에 매이지 마라. 그대 자신의 판결에 매여라.” -몽테뉴
청소년들이 자신을 알기 위해 많이 활용하는 것이 다양한 심리검사입니다. 성격유형, 기질, 다중지능, IQ, 강점, 진로 적성 등의 검사로 자신을 알려고 하죠. 근래 TV 프로그램에서는 MBTI로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리검사는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최고의 도구가 맞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죠. 검사 문항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당시 기분에 따라 척도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속마음을 보여주기 싫어하면 더욱 자신을 알기 어렵습니다. 전문가와 상담할 때도 당시의 기분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잖아요. 이런 부분까지 예측하고 검사문항을 만들고 상담을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알아 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알기 위해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부모님께 묻거나, 상담선생님이 이야기해 준 것을 자신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전문가를 찾아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하면 친구에게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
누군가가 이야기해 준 것으로는 자신을 온전히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방황하다 “너, 중2병 걸렸니?”라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는데 주변사람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에게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힌트를 진정한 자신이라고 믿고 살아가다 인생의 태풍을 만나면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해 준 것이 진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자신을 아는 길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말합니다.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라. 인간 내면에 진리가 자리 잡고 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진짜 자신을 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청소년들의 베스트셀러인 성장소설 《데미안》에서도 같은 의미의 메시지가 수록돼 있습니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누군가가 깨뜨려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깨고 나와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을 아는 길은 자기 내면에 있고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서사(敍事)가 있어야 자신을 알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사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시간의 연쇄에 따라 있는 그대로 적는 글입니다. 인물의 행동 변화 과정을 시간의 앞뒤 흐름에 따라 이야기하는 서술 방법이죠. 자신이 이 세상에 오기까지 과정, 이 세상에 와서 살아온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쓰다보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서사로 자신을 알고 인생을 설계하는 글쓰기가 바로 ‘미래자서전(未來自敍傳)’입니다. 자신이 85세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꿈이 이루어진 것처럼 서사를 적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관점에서 삶을 풀어내므로 청소년들이 진로를 설계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미래자서전으로 현재까지 삶을 서사에 따라 쓰다보면 자신을 알게 되고 그것을 토대로 미래도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중학교 3학년이 쓴 미래자서전 《파도》의 머리말 중 일부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그 과정이 오롯이 들어나 있습니다.
사실 자서전을 이런 식으로 쓸 줄은 몰랐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 교과 외 활동이 해보고 싶기도 했고 당시 꿈이 없던 내게 ‘미래 설계’라는 말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꿈 찾으면 좋겠다. 꿈이 생기면 좋겠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자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막상 쓰니 그리 가볍진 않았다. 이 책엔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들이 담겨 있다.
모두가 살면서 아팠던 경험은 무조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잊은 척하려 하거나 성장했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어찌 됐든 그 상처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쪽으로인지 나쁜 쪽으로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내면에서 갈등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심정이 어땠고, 나 자신을 어떻게 여겼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미래자서전을 나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려 시작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 미래자서전에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이 있다면 내 안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싶다. 솔직히,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말하기엔 확신이 없다. 새롭게 생긴 내 이상도 높아서 괜찮다 말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미래자서전을 쓰기 전과 후는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