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재능 시 낭송협회 대전지회 정기공연]이 10월 25일 오후 7시부터 대전 서구문화원 아트홀에서 열렸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되돌아보고 참 감사한 부모님을 기리기 위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재능 시 낭송협회 대전지회의 활동 영상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날의 공연은 이영숙, 양점순 님의 오카리나 연주 ‘바램(노사연)’으로 막을 열었다. 이어 장윤진 시 낭송가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시)으로 감동의 폭을 확장했다.

[1부 내가 사랑하는...] 코너에서는 한은숙 시 낭송가의 ‘행복’(유치환 시)과 정복순 시 낭송가의 ‘즐거운 편지’(황동규 시), 이옥주 시 낭송가의 ‘천 년 사랑’(박종화 시), 염기완 시 낭송가의 ‘태양의 각문’(김남조 시), 이명희 시 낭송가의 ‘사랑하는 까닭’(한용운 시), 신윤정 시 낭송가의 ‘사랑 쌓기’(윤보영 시), 남준우 시 낭송가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정호승 시)이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의 마음에 큰 감동을 던졌다.

특별출연한 김재선 가수는 기타연주와 노래로 신계행의 ‘가을 사랑’을 열창하여 앙코르를 요청 받았다. 올해 달력도 채 얼마 남지 않은 즈음이다. 여전한 코로나 시국은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실외는 예외로 규정했으나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따라서 집 밖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처럼 마스크에 예속(隷屬)된 삶이 장기화하다 보니 평범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새삼 반추하고 감사하게 된다.

그중에는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공이 가장 한가운데의 방점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대로 부모님을 찾아뵐 수 없는 현실적 구속력은 가혹한 세파에 무기력한 나 자신을 새삼 초라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장윤진 재능 시 낭송협회 대전지회장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나뭇잎이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지만 이름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저려져오는 어머니, 아버지의 삶을 그리움의 시로 함께 그려보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2부 그리고... 그리움] 코너는 김희숙,조경자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기침 소리’(이미애 시), 장규순 외 1인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시), 김형해 시 낭송가의 ‘불혹의 연가’(문병란 시), 박성애 시 낭송가의 ‘어머니의 물감 상자’(강우식 시), 홍승숙 시 낭송가의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시), 공은숙 외 2인 시 낭송가의 ‘봄날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신동호 시)으로 더욱 만개의 꽃을 활짝 피웠다.


다음으로는 홍승숙 외 3인 시 낭송가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심순덕 시), 김선년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등을 밀며’(손택수 시), 공주영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등’(하청호 시), 황기호 시 낭송가의 ‘토닥토닥’(김재진 시), 김혜숙 시 낭송가의 ‘청산도’(박두진 시)가 객석을 감동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는 물론 코로나 시대가 여전한 터여서 내 마음대로 부모님과 고향을 찾을 수 없는 현실적 구속력을 염두에 둔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아픈 정서를 그야말로 뼈저리게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초등학교 동창이자 죽마고우인 친구와 그의 모친께서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코로나를 들먹이며 면회조차 못 하게 막는 요양병원 관계자 앞에서 무기력한 자신을 한탄하며 오열하는 친구를 붙들고 한참을 같이 울었다.

독일 소설가 장 파울은 “어머니는 우리의 마음속에 얼을 주고, 아버지는 빛을 준다”고 했다. 그렇다. 또한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놓고 다른 쪽 편에는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볍다는 건 상식이다.

[제24회 재능 시 낭송협회 대전지회 정기공연]은 특별출연한 오욱환 가수의 하모니카 연주 ‘메기의 추억’, ‘희망가’, ‘등대지기’와 박성애 외 20인 시 낭송가들의 ‘바람이 오면’(도종환 시) 합송(合誦)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시 낭송협회 대전지회가 주최하고 JEI 재능문화와 JEI 재능교육이 후원한 이 자리는 1999년 4월에 개설하여 24년의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시 낭송 전문 단체답게 각계각층과 저명인사들까지 총출동한 화기애애와 감동 물씬의 훈훈한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