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대전 시 낭송가 협회 ‘아버지의 이름으로’ 공연, 감동과 눈물 축축
[공연] 대전 시 낭송가 협회 ‘아버지의 이름으로’ 공연, 감동과 눈물 축축
  • 홍경석
  • 승인 2022.10.2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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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칸타빌레 무대, 관객 열기 후끈
공연을 마친 뒤 기념 촬영
공연을 마친 뒤 기념 촬영

만추(晩秋)의 좋은 계절을 맞았다. 그러나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가족 간의 자유로운 만남조차 불허하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가족 동반 여행 내지 나들이가 성행했을 터.

지지부진한 코로나 여파는 그마저 발길을 잡고 있다. 설상가상 서민은 가파른 물가고에 씨름하다보니 보고픈 가족조차 부를 수 없는 괴랄(괴이하고 악랄하다)의 넓고 깊은 딜레마(dilemma)에서 고민하는 즈음이다.

이경숙 대전 시 낭송가 협회장의 환영사
이경숙 대전 시 낭송가 협회장의 환영사

이에 맞춰 대전 시 낭송가 협회에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라는 주제로 이 시대 아버지와 어머니를 동시에 위무(慰撫)하는 뜻 깊은 공연을 가졌다.

이채유 시 낭송가의 ‘뼈저린 꿈에서만’ 낭송
이채유 시 낭송가의 ‘뼈저린 꿈에서만’ 낭송

대전문화재단과 대전 시 낭송가 협회가 주최하고 대전광역시와 대전광역시문화원연합회가 후원한 이날의 공연은 대전중구문화원 뿌리홀에서 이경숙 대전 시 낭송가 협회장의 환영사로 화려한 막을 열었다.

박지현 시 낭송가의 ‘어머님의 아리랑’ 낭송
박지현 시 낭송가의 ‘어머님의 아리랑’ 낭송

[1부_ 낭송 어머니의 노래]에서는 이채유 시 낭송가의 ‘뼈저린 꿈에서만’(전봉건 시)을 시작으로, 박지현 시 낭송가의 ‘어머님의 아리랑’(황금찬 시), 이경숙 시 낭송가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 시)이 관객의 마음에 후줄근한 감동의 칸타빌레(cantabile)를 선사했다.

이경숙 시 낭송가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낭송
이경숙 시 낭송가의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낭송

다음으로는 방진선 아코디어니스트의 ‘기러기 아빠’와 ‘여자의 일생’이 아코디언 연주로 공연되었다. 자연스레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 즉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여서 박수갈채가 더 컸다.

방진선 아코디어니스트의 ‘기러기 아빠’와 ‘여자의 일생’ 공연
방진선 아코디어니스트의 ‘기러기 아빠’와 ‘여자의 일생’ 공연

[2부_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감동을 주는 시극(詩劇)으로 마련되었다. 신옥재, 채정순, 강해인, 나영희, 이영희, 홍석정 시 낭송가가 출연하여 아버지, 어머니,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신옥재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눈물’ 낭송
신옥재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눈물’ 낭송

모처럼 아들네 집을 방문한 아버지. 그렇지만 아들과 며느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에게 밥 한 끼 안 먹이고 달랑 돈만 건네며 서둘러 귀향할 것을 ‘명령’한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눈물바다에 함몰되었다.

좌절감에 빠진 아버지는 딸네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딸 또한 아버지 대하기를 지극정성은커녕 데면데면 얼추 형식적으로 맞는다. 급기야 깊은 병에 걸린 아버지를 찾은 자식들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성토(聲討)한다.

채정순 시 낭송가 ‘모래톱 흔적’ 낭송
채정순 시 낭송가 ‘모래톱 흔적’ 낭송

“나는 가난해서 대학에도 못 갔어”는 기본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이)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그래서)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후략)”며 비난 일색이다.

강해인 시 낭송가 ‘아버지의 등을 밀며’ 낭송
강해인 시 낭송가 ‘아버지의 등을 밀며’ 낭송

그러자 아버지는 비로소 “처자식과 먹고사느라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 자국을 아들이 볼까 두려워서 그리 못했다”고 고백한다.

순간,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오버랩 되어 만감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는 과연 내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로 투영(投影)되었던가?’

나영희 시 낭송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낭송
나영희 시 낭송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낭송

[2부_ 시극]에서는 ‘아버지의 눈물’(이채 시), ‘모래톱 흔적’(안광수 시), ‘아버지의 등을 밀며’(손택수 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용혜원 시), ‘그대는 울고’(바이든 시)가 낭송되면서 관객을 더욱 깊은 효심(孝心)의 바다에 빠뜨렸다.

이영희 시 낭송가 ‘그대는 울고’ 낭송
이영희 시 낭송가 ‘그대는 울고’ 낭송

장현순 무용가의 학처럼 고운 무용에 이어 나영순 시 낭송가의 ‘은수저를 닦으며’(나영순 시)가 그 뒤를 장식했다.

[3부_ 낭송 삶의 흔적]은 임원옥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귀로’(문병란 시), 김진숙 시 낭송가는 ‘삶’(이동진 시), 정은미 동화 구연가는 ‘청개구리 이야기’를 재치 만점으로 들려주어 인기 성우 못지않은 인기를 모았다.

홍석정 시 낭송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낭송 협연
홍석정 시 낭송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낭송 협연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총감독한 노금선 시 낭송가는 ‘온돌방’(조향미)을 낭송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샘 레벤슨은 <아름다운 삶의 비결>에서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고 했다.

장현순 무용가의 학처럼 고운 무용
장현순 무용가의 학처럼 고운 무용

이를 비단 연인(戀人)에 국한하지 말고 부모님께 향한다면 그게 바로 효도 아닐까.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나를 낳아 고생하며 길러주신 부모님, 그 은혜 보답하려 하나 길이 없도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간다.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임원옥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귀로’ 낭송
임원옥 시 낭송가의 ‘아버지의 귀로’ 낭송

<명심보감>의 강조처럼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피로 그대의 몸이 이루어졌네. 그대에게 권하노니 늙어가는 어버이를 공경하여 모시라. 젊었을 때 그대를 위하여 힘줄과 뼈가 닳도록 애쓰셨느니라’는 참 감사한 나의 부모님을 나타내는 바로미터(barometer)이다.

김진숙 시 낭송가의 ‘삶’ 낭송
김진숙 시 낭송가의 ‘삶’ 낭송

해마다 의미심장의 좋은 시 낭송회를 펼치고 있는 대전 시 낭송가 협회 이경숙 회장은 “앞으로도 만인이 공감하고 느낌이 있는 무대를 마련하여 넉넉한 낭만(浪漫)까지 향유할 수 있는 공연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은미 동화 구연가의 ‘청개구리 이야기’ 구연
정은미 동화 구연가의 ‘청개구리 이야기’ 구연

이 날의 공연에서 노금선 대전 시 낭송가 협회 고문은 “갈수록 부모님에 대한 효도가 중심을 잃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다”며 “오늘의 공연을 기화로 부모님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안부 전화라도 자주 하는 게 자식의 도리”임을 강조했다.

노금선 시 낭송가의 ‘온돌방’ 낭송
노금선 시 낭송가의 ‘온돌방’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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