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홍경석 칼럼]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 홍경석
  • 승인 2022.10.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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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눈’의 내공 덕분

‘자랑’ 아닌 자랑부터 시작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것도 두 종류의 신문을.

20년 전부터 새벽 4시면 일어나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다. 덕분에 4권의 책을 냈고, 현재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벽에 글을 쓰노라면 종이신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엔 공동주택 입구의 우편함에 신문을 넣는 소리가 들린다. 즐거운 마음에 냉큼 뛰어나가 신문을 가져온다. 가장 반가운 순간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신문은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키워준다.

하지만 신문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이따금 오.탈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 신문에서는 오.탈자를 신고하는 독자에게 사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열 번 이상 각종 선물을 받았다.

이는 네 권의 책을 내면서 길러진 나름 ‘독수리 눈’의 내공 덕분이다. 글과 책을 쓸 때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대목은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다. 그래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살펴본다.

먼저, ‘설날을 맞아 해도지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해돋이’가 정답이다. ‘감미로운 선률이 흐르는 찻집’은 ‘선율’이 맞다.

‘나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겠네’는 ‘생각할는지’로 써야 한다. ‘자격증을 따고자 관련 서류 접수를 할려고 한다’ 역시 ‘하려고’가 옳다. 틀리기 쉬는 것 중에는 낱말도 포함된다.

대표적인 게 ‘안'과 ‘않'의 경계이다. ‘됩니다'를 ‘됍니다'로 쓰는 경우도 왕왕 발견된다. 전통시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손수 기른 나물과 곡물 따위를 파는 모습을 본다.

해당 상품의 앞에 종류와 가격을 써 놓았는데 낱말과 받침까지 틀려서 실소를 머금을 때가 적지 않다. 모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10월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이들은 ‘정치탑압 중단하라'는 오타가 적힌 피켓을 사용해 웃음거리가 됐다. ‘탄압’을 탑압으로 잘 못 썼음에도 이를 발견한 사람이 없었다니 정말 놀라웠다.

탄압(彈壓)은 ‘권력이나 무력 따위로 억지로 눌러 꼼짝 못 하게 함’을 뜻한다. 반면 ‘탐압’은 아무런 의미조차 담고 있지 않다. 이 피켓을 제작한 광고업체의 주인 잘못인지 아님 이를 식별하지 못한 정당 관계자의 직무 유기(職務遺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위대한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 무척이나 죄송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사족이겠지만 말끝마다 “~ 한 것 같아요”를 남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틀려 여간 불편하지 않다. 이 또한 서둘러 고치고 볼 일이다.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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