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분이 있으면 마음껏 내라, “내가 받아주겠다.”
언젠가 분이 풀려, 즐겁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콜을 받고 주행 중인데, 손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손님, “제가 늦어서 그러는데 빨리 좀 와주세요?”
기사, “예, 알겠습니다.” 1분 정도 있다 전화가 또 온다.
손님, “지금 어디세요? 왜 이렇게 안 오세요? 제가 급해요? 빨리 좀 와달라니까요?”
기사, “예, 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약2분 뒤에 세 번째 전화가 온다.
손님, “왜, 이렇게 안 오세요?”
기사, “예, 지금은 신호대기 중입니다. 이제 신호가 바꿨으니 좌회전해서 가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손님, “다른 택시를 부르고 싶어도 또 기다려야 하니, 빨리 와 주세요.” 한다.
드디어 손님을 만났다. 손님이 택시를 타자마자, “조선대쪽으로 가지 말고 충장로 쪽으로 가자”고 한다. “예, 알겠습니다.” 하고 주행했는데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손님을 태우고 바로 유턴을 했어야 했는데 직진한 것이 문제였다. 하는 수 없이 산수오거리에서 동운고가로 해서 목적지에 모셔다 드렸다.
통화하면서 분이 쌓였다는 것을 느꼈는데, 택시가 늦게 왔다는 이유를 들어 기사에게 큰소리를 치며 화를 낸다. “충장로 쪽으로 가자고 했어요? 안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잘못 했다”고 했다. 출근이 늦으니 회사에서 전화를 한 것 같다. 두 번 전화를 받는데, 한 번은 '메니저'님이라 하고, 한 번은 '팀장'님이라 하며 전화를 받는다. 놀라운 것은, 정말 공손하게 받고 있다.
나중에는 '택시비' 얘기까지 한다. 전에 충장로 쪽으로 갔을 때는 “6,900~7,200원 정도 나왔다”고 한다. 주행 중 미터기를 보니 이미 손님이 말하는 요금이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9,800원이 나왔다. 그러나 실랑이고 싶지않아 “요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손님은 “그러시면 회사에 전화하겠다”고 한다. 나중에 자동결재된 요금이 0원으로는 안되어서 기본요금 3,300원으로 결재를 마쳤다.
주행 중에 손님께 이런 말을 했다. “화가 나면 저한테 푸세요. 제가 받아들일게요. 그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세요.” 그렇다. 손님을 목적지까지 즐겁고 편안하게 모셔드리기 위해서 택시기사가 되었는데, 손님이 '불편했다'는데 제 마음이 편하겠는가? 주행 중엔 축복을 못해드렸는데, 여기에 글로나마 축복한다. "손님이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인정을 받고, 대접도 받고, 사랑도 받고, 칭찬도 듣고, 격려와 축하를 많이 받으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