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독특한 맛 만들기 위해 노력”

“농업 현장에 답이 있다”…30여 년간 영농일지 작성
친환경 채소 품목 농업마이스터 김만기 이든팜 대표(63)는 옥수수와 딸기 전문재배농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서 36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으며, 옥수수를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10년 정도 됐다.
그는 찰옥수수가 소득 작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집중적으로 찰옥수수 재배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맛있는 옥수수를 만들 수 있을까? 맛을 내야 하는데, 남들과 똑같으면 승부가 나지 않는다. 나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야 해!’
그는 자신에게 이 같이 주문한 뒤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맛있는 옥수수 만들기에 노력했다. 다양한 실험을 했다. 우선 토양의 질을 높여야 했다. 유기질 함량이 높은 토양을 만들기로 했다.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질 농법이 좋은 토양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농사, 멋지고 짓고 싶었다.
김만기 대표는 농업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농업현장 관찰을 위해 지난 1983년부터 매일 영농일지를 작성했다. 생산에서 파종까지 과정은 물론 기후, 환경, 농산물 특성, 처방(예를 들어 물을 줬다, 미생물을 줬다) 등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은 이제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 해부터는 기록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 과정에서 옥수수는 호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온도와 옥수수 호흡량이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옥수수를 새벽에 따서 급속 냉동한 뒤 섭씨0℃가 됐을 때 스티로폼 박스에 보관하면 냉동기간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새우깡 과자를 보고 착안한 것도 있다. 옥수수 맛을 보존하기 위해 새우깡처럼 포장용기에 질소가스를 넣었다. 진공포장을 한 뒤 이곳에 질소가스를 넣어 보관한 것이다. 이를 소비자들에게 보내자 만족하는 반응이 많았다. 밭에서 막 따 먹는 것처럼 신선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농부는 재배방법 뿐 아니라 유통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FTA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어요. 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옥수수는 따고 난 뒤에도 대사활동을 계속합니다. 냉장 유통한다 해도 포장방법을 알고 있으면 신선도가 유지되죠. 누가, 어떤 방법으로 재배를 했고, 보관은 어떻게 했는가 등을 꼼꼼히 알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생산이력 안내장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친환경비닐·유기질 비료 활용
그의 옥수수 재배방법은 일반 재배농과 다르다. 옥수수 밭에 일반 비닐 피복 대신 친환경 비닐 피복을 사용했다. 친환경 비닐은 미생물의 먹이가 됐다. 일반 비닐보다 가격이 5배나 높았지만, 수거나 환경보존 차원에서 좋았다. 이 때문에 첫 해 생산량이 심은 것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점차 정착되면서 이제는 친환경농법으로 지은 옥수수로 소문나 매출도 많이 늘었다.
미생물을 이용한 재배방법과 외래 물고기들을 비료로 사용하는 것도 김 대표가 가지고 있는 옥수수 재배방법 노하우이다. 옥수수는 어느 작물보다 퇴비 및 비배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인삼 부산물을 자연 발효시켜 거름으로 사용하고, 민물고기 중 토종 물고기 잡는 외래종 물고기를 유기질 비료로 활용했다. 외래 물고기를 정부에서 무상으로 받은 뒤 이를 퇴비로 사용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김 대표는 옥수수 재배 뿐 아니라 씻지 않고 밭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딸기 재배도 시작했다. 겨울에 할 수 있는 작목으로 딸기를 선택했다. 소비자들이 밭에서 딸기를 마음껏 따먹어도 500g 한 팩에 1인당 1만3,000원 만 내면 된다. 이제는 전국에서 ‘딸기체험’을 위해 소비자들이 몰려든다.
“딸기체험 온 소비자들은 우리 농장에서 딸기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습니다.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소비자들을 배려한 것도 우리 농장의 특징이죠. 그만큼 품질에 자신 있습니다.
손님들이 미리 체험 비용을 선입금한 뒤 사정이 생겨 못 오셔도 전액 환불해줍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우선으로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방침을 세웠습니다. 오히려 고객들이 다음에 반드시 찾아올 정도로 우리 농장이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의 농장 이름은 ‘이든팜’이다. 이든은 ‘착하다, 어질다, 정직하다’라는 의미의 순 우리말이다. 팜(farm)은 농장의 영어식 발음이다. 착한 농장이라는 뜻이다. 그는 농장의 이름처럼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착한 농산물’을 홍보하고, 농업이 미래라는 내용으로 꾸준히 교육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스쿨에코팜(School Eco-Farm) 운영사업 유기농 지도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친환경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들을 향후 건전한 친환경농산물 소비자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는 도시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유기농산물 농장(텃밭) 조성 및 체험, 농장을 활용한 특화프로그램 운영, 유기농 교육을 지도한다.

김만기 농업마이스터의 성공 비결
“끊임없이 공부하고, 나름대로 체계를 세워 기획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합니다. 농산물을 잘 만들어야 하겠지만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농사하는 것 보니까 정말 믿음직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정직하게 농사짓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① 배움의 끈을 놓는 사람은 퇴보한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배움이란 끝이 없다. 우리 사회는 평생교육시대이다. 배움의 끈을 놓는 순간, 그 사람은 퇴보한다. 2009년 농업마이스터 대학에 입학해서 2012년 졸업했다. 2006~2007년에는 경기대학교 대학원에서 범죄 예방학을 공부했다.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배우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여러 가지를 배웠다. 평생교육시대라고 생각하면서 누구나 배움의 끈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② 정직하게 농사를 지어라
땅에서 얻어지는 교훈은 하나다. 정직하게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다. 정직하게 농사를 지으면,정직한 농산물로 보답 받는다. 인생도 정직하게 살면, 반드시 보답으로 이어진다. 농사는 가장 정직한 직업이다. 자연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란 말이 있다. ‘농심(農心)으로 행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뜻이다. 농심은 거짓과 요행이 아니라 정직과 순박한 마음이다.
③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노력하라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면 반드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30년 이상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농일지를 썼다. 이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매일 영농일지를 쓴다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글=김연욱 마이스터연구소 소장
사진=조정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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