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팬덤의 가치
[홍경석 칼럼] 팬덤의 가치
  • 홍경석
  • 승인 2022.08.21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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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책임지지 않는다
필자의 네 번째 저서 [초경서반]
필자의 네 번째 저서 [초경서반]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 운동선수가 있다. 여기엔 각계각층에서 활동이 두드러진 저명인사(著名人士)도 포함된다. 팬덤(fandom)은 이런 시류를 반영한다.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팬덤의 입장에서 평소 존경하는 ‘영원한 챔피언’ 홍수환 님을 뵈었다.

뭣하나 의지할 곳 없었던 지난 1974년, 당시 동양 챔피언이었던 복서 홍수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원정 시합을 떠난다. 거기서 아놀드 테일러를 15라운드 동안 4번이나 다운시키며 세계 챔피언에 당당히 등극한다.

이어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와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라는 홍수환 선수 어머니의 응답은 순식간에 국민적 유행어가 되었다. 가난에 찌들며 위락(慰樂)과는 사뭇 동떨어졌던 우리나라 국민들은 덕분에 카타르시스와 힐링이라는 두 가지 선물을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그즈음, 복서 홍수환은 이러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후 파나마까지 날아가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리던 헥토르 카라스키야를 3회에 KO로 누르고 두 번째 챔피언이 되었다. 그것도 `4전 5기'라는 신화까지 쓰면서.

이쯤 되니 그가 국민적 영웅이 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너무나 당당하고 멋진 그의 모습은 단숨에 나의 멘토(mentor)로 각인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나도 복싱을 배웠다.

정성껏 사인을 하여 존경하는 홍수환 님께 드렸다
정성껏 사인을 하여 존경하는 홍수환 님께 드렸다

운동을 하면 좋아지는 것은 혈액 순환, 림프 순환, 노폐물 배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피부까지 좋아지는 건 물론이며 가장 핵심은 자신감이 철철 넘친다는 것이다.

복싱을 배우기 전에는 애먼 매를 맞기도 다반사였지만 이후론 ‘천만의 말씀’으로 반전되었다. 물론 완숙(完熟)의 경지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오히려 운동을 설 배운 탓에 괜스레 ‘껌이나 씹는’ 앙똥하다(말이나 행동이 분수에 맞지 아니하게 조금 지나치다)의 범주에서만 맴돌았다 할 수 있다.

다만 나를 오늘날 작가로 만들어준 또 다른 멘토인, 경비원에서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의 영향만큼은 지대했다. 아무튼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 과도한 팬덤 그룹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감 놔나 대추 놔라 식의 과도한 주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좋아하는 가수가 신곡을 냈는데 “가사가 맘에 안 드니 바꾸라”는 것과 별반 다름 아니다. 이런 경우, 당사자가 느낄 당혹감은 오죽하겠는가?

선거 때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그렇지만 그 후보가 당초 기대와 달리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더라도 결코 책임지지 않는다. 팬덤은 그저 순수한 팬덤으로 그쳐야 한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팬덤이 비로소 스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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