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비유하는 신판 사자성어로 ‘대기만학’(大器晩學)을 꼽고자 한다.
지천명 나이 때 사이버대학에 입학했다. 사이버대학은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대표적 시스템이다. 여기서 3년을 공부했다. 매월 한 번은 서울에서 교수님이 내려오셨다.
오프라인 강의를 마친 뒤에는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추렴하여 뒤풀이를 했다. 다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았기에 호프집이 대세였다.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난상 토론 등으로 금세 자정을 넘겼지만 2차는 꿈도 못 꿨다.
3년 뒤 졸업하면서 유일무이(唯一無二) 학업 최우수상을 받았다. 열심히 공부한 과정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들이 더 반가워했다. 늦은 나이에도 면학에 열중한 이 아버지를 존경한다고도 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났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1학기를 어제 마쳤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결강하지 않고 참석했다. 한번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을 보는 게 별명이 ‘홍키호테’인 나의 장점이다.
비록 반장은 아니지만, 반장 이상의 마인드로 열심히 메모하면서 나름 열공(‘열심히 공부하다’)했다. 여기서 잠시 지난 시절을 초대한다. 초등학생 시절, 줄곧 1등을 달렸다. 지금은 초등학교 반장도 선거로 뽑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당시엔 달랐다. 담임선생님께서 1~3학년 때까지는 나에게 ‘부반장’이라는 감투를 주셨다. 당시 반장은 나와는 사뭇 달리 금수저 출신의 부자아이였다. 이어 4~6학년 때는 학급회장을 맡았다.
그처럼 ‘화려 번쩍’했었건만 중학교조차 가지 못 했으니 그 통한의 슬픔과 비애를 뉘라서 알까? ‘반장’ 얘기를 하는 김에 요즘도 일하는 곳에서의 반장의 어떤 전횡(專橫)을 논하고자 한다.
나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 과도한 노동은 힘들다. 그러나 반장은 다르다. 우스개로 전생이 소(牛)였는지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감탄할 노릇이다. 문제는 여기서 기인한다.
‘나는 이처럼 일을 잘하는데 왜 너는 못 하느냐?’는 거다. 여기서 괴리가 발생한다. 그 반장은 은연 중 갑질을 자행(恣行)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달 후면 이 일도 끝이다. 그 안에 신간을 내고 강사의 보폭까지 더욱 확장할 작정이다.
어제 대학원의 최고경영자과정 1학기 종강을 마친 뒤 뒤풀이를 갔다. 노래방에서는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가 흘러나왔다.
=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 =
맞다. 인생은 바로 지금이다. 아모르(Amor)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의 에로스(Eros)에 해당한다. 2학기 개강은 9월 추분에 시작된다.
‘인생은 지금이야’를 모토로 삼아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 마음을 추스른다. 어제의 종강 파티는 분명 ‘아모르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