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답례품· 케이크 제작 전문점

“케이크라는 게 누군가의 기쁜 일, 감사한 일에 쓰이는 거잖아요. 그런 행복한 곳에 함께하는 케이크를 만드는 일이라, 저는 항상 기쁜 일을 상상하며 즐겁게 일하죠.”
천안의 ‘성심당’을 꿈꾸는 작지만 설레는 출발을 한 ‘지선당’의 최지선 대표는 마음 씀씀이까지 고운 솜씨쟁이였다.

■ 미역국 케이크? 반전 케이크? 신선한 아이디어 케이크로 젊은 끼 발산
대전에 유명한 베이커리 ‘성심당’이 있다면 천안시에는 ‘지선당’이 있다? 청운의 꿈으로 지난 3월 분주한 출발을 한 지선당을 찾았다.
갓 서른을 맞은 열성과 의욕이 넘치는 최지선 대표가 운영하는 지선당. 생일, 기념일, 집들이 상견례, 명절을 위한 케이크나 답례품 주문 제작이 주력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지선당 제품의 면면을 보면 그 아이디어와 발상이 신선하면서도 상큼해 주목을 끌었다.
생일을 위한 ‘미역국 떡케이크’는 레트로한 양은냄비에 담긴 모양이 아주 생일날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미역국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 외 모든 케이크와 선물세트가 특별했다. 어린이를 위한 ‘3D 캐릭터 케이크’, 서른 살 생일을 위한 ‘달걀 한 판 케이크’ 현금이 쏟아지는 ‘반전 케이크’ 등등.

지선당 인스타그램에는 ‘반전케이크’로 기뻐하는 주인공의 영상이 소개되고 있었다. 생신 축하 상에 올려진 케이크에서 줄줄이 나오는 지폐에 함박웃음 짓는 아르신의 얼굴과 주위의 함성들.
또 손재주 좋은 최지선 대표의 ‘플라워케이크’는 꽃다발과 케이크의 기능을 겸할 수 있어 인기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위한 ‘카네이션 플라워케이크’는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건강 재료를 직접 구하고 조제해 만든 선물세트도 주문이 많다. 도라지정과와 오븐에 구워서 가당한 호두정과, 피칸정과, 브라질너트정과 선물세트도 다양하다.
지선당의 제품 아이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최 대표와 쌍둥이 동생인 희선씨는 서울, 인천 등지의 다양한 케이크 공방이나 각종 인터넷 사이트를 발품 팔며 일 년여 메뉴 연구를 거듭했다. 수제음료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하는데 지선당만의 맛으로 단장됐다. 특히 최 대표가 개발한 ‘히말라야소금라떼’는 달콤짭짤하면서도 진한 커피의 여운이 남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 고객층은 SNS로 주로 알려지다 보니 2, 30대다. 케이크 주문은 일주일 전에 해야 원하는 날짜에 수령 가능하며, 모든 주문을 위한 카카오채널이 개설돼 있다. 고객은 가격표 리스트를 살펴보고 주문서를 작성할 수 있으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주문도 가능하다.
■ ‘지선당’만의 특화된 명품포장… 광목천과 전통매듭, 감동적 마무리까지
“최 대표 성향이 항상 완벽을 기하는 것이에요. 여러 케이크 공방을 돌며 분명히 똑같이 배우지만 지선이가 만드는 케이크는 뭔가 달랐어요. 뭔가 다른 그 2%는 센스고 감각인 것 같아요. 지선당만의 광목천 포장이 고객님들께 제대로 먹힌 면도 있어요. 최 대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표하는 그런 부가가치를 잘 찾아내죠.”
최 대표의 후원자이기도 한 그의 어머니 박계월 씨는 딸에 대한 신임이 전적이다. 최 대표는 선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것을 대변해 주고 싶어 최대한 포장에 가치를 담는다.

정과세트는 전통식 광목보자기에 매듭을 지어 포장하며 유칼립투스 잎으로 마지막 장식한다. 완성품은 전통적 품격과 젊은 감성이 만나 지선당만의 정결한 멋으로 탄생한다.
고객들은 맞춤식으로 선물세트를 조합해 달라는 요청도 한다.
“호두정과와 도라지정과를 세트로 포장해 주면 안 되나요?”
최 대표의 답은 당연히 “네에! 가능하죠.”였다. 그리하여 탄생한 ‘지선당 호·도 세트’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앱으로도 주문이 들어온다. ‘과연 배달업체를 통해서도 제품이 팔릴까?’라며 반신반의했지만, 주문앱의 벨소리는 수시로 울려댔다.
■ 19살 대기업 취업과 업무 스트레스… ‘여기서 내 청춘을 다 보낼 수는 없어!’
최 대표는 고교 졸업 후 19살에 조기 취업에 성공했다. 일류 기업에 입사해 7년여 근무했지만 평소 외향적이며 창의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그에게 아쉬움이 남았다. 출근하면 종일 방진복을 착용하고 설비라인에서 정해진 업무를 해야 했다. 성격상 힘들어도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는 성향이라 과도한 업무가 중첩되게 주어졌고, 큰 스트레스까지 주었다. 스물여섯 되던 해에 그녀는 미련 없이 사표를 내밀었다.
‘내 젊은 청춘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반복적으로 길들여져 가는 자신의 수동적인 삶에 반기를 든 것이다. 경험을 위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자영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창업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천안시의 청년창업지원금의 문을 두드렸다. 천안시에 발표할 PPT 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네다섯 번이나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는데 끝내는 지원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홍보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지난 2019년도에 천안시 백석동에서 쌍둥이 동생인 희선씨와 ‘최블리카페’를 운영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덮쳐와 매출이 저하됐고 현상유지도 힘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여러 고민과 시장조사 끝에 답례품 스토어로 사업 방향을 급선회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밀가루로 만드는 케이크보다는 우리 농산물인 국산 쌀을 이용한 건강식을 만들고 싶었다.
“사업을 해보니 쉽지가 않았어요. 떡케이크도 유행이 있고 시대 흐름이 있는데 그것을 따라가기가 매번 힘들긴 하죠. 하지만 그 트렌드를 따라가고 내 방식으로 재창조해 나가는 재미는 그에 못지않게 성취감을 주죠. 인스타그램에 신상품 업로드할 때는 저만의 희열이 있어요.”
최 대표는 지난 3월에 작업공간을 두정동으로 옮기고 작업 위주의 23평 주방형 공간을 마련했다. 매일 인터넷 바다를 헤엄치며 인기키워드 검색하기를 멈추지 않고 시장의 반응을 시시각각 살핀다.

■ “이런 건 어때?” 홍보담당 엄마… 즐거운 작업공방
“저는 지선당의 마당쇠역이죠. 네이버, 인스타 검색해서 ‘이런 건 어때?’라며 아이디어를 던지면 딸은 그 제안을 즉각 실행해 만들어봐요. ‘엄마, 이건 아니잖아.’라며 제가 제시한 의견보다 더 예쁘고 멋지게 업그레이드해서 창안해요. 제가 만드는 건 촌스러운데, 딸이 하면 뭔가 다르게 태가 나요.”
최 대표가 젊은 창업자로 망설임 없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이면에는 경험 많은 어머니 덕이 컸다. 영업 관련직에서 오래 근무해 시장의 트렌드를 잘 분석하고 SNS를 잘 활용하는 세련된 어머니를 둔 것은 큰 힘이 된다.
매사에 잔소리보다는 친구같이 수평적인 대화를 여는 어머니의 센스는 딸인 최 대표에게 낙천성과 긍정에너지로 저축됐다.

“얘가 좀 웃겨요. 지선당에 일하러 오면 참 많이 웃어요. 딸을 있는 그대로 봐요. 엄마 생각을 굳이 강요하지 않고 묻죠. 믿고 존중해주니 스스로 하려고 하데요. 20살 넘어가고는 뭐든 스스로 하게 뒀어요.”
지선당 공방에 재잘재잘 엄마와 딸의 수다 소리가 정겹고 웃음꽃도 수시로 피어났다. 상품 주문 벨도 수시로 울린다. 고객 주문에 긴장된 두 모녀의 손길은 빨라지고 분주해지고, 배달업체 기사의 방문도 잦아진다. 출입문에서 건네지는 ‘지혜로운 착한 선물꾸러미’는 행복한 맛을 내며 즐겁게 고객을 찾아 떠난다.
지선당 케이크와 제품이 더 행복한 맛을 내고 있는 비결은 또 있다. 최 대표는 오는 가을이면 공방 작업을 수시로 도와준다는 자상한 피앙세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풋풋한 사랑을 하고, 받는 그녀라 지선당 제품이 더 행복한 맛을 내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