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박사 홍수열, “순환경제, 우리가 가야할 길”
쓰레기 박사 홍수열, “순환경제, 우리가 가야할 길”
  • 윤영길
  • 승인 2022.04.23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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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꾸네 협동조합, ‘책담작은도서관’에서 홍수열 소장 초청강연회 열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높이자!
강의를 시작하는 홍수열 소장과 참석자들
강의를 시작하는 홍수열 소장과 참석자들

오늘 전남 곡성의 항꾸네 협동조합이 동네의 책담작은도서관’(겸면 초곡길 591)에서 홍수열 소장(이하 홍소장)을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고 하여 직접 찾아 가 보았다. 홍소장은 20년 넘게 쓰레기 길만 걸어온 환경전문가다.

최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뤄지고 있는 환경 이슈라고 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다. 지난해 상반기에 일어난 쓰레기 대란에 이어 하반기의 쓰레기 불법 투기 사태, 바다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크게 환기**되고 있다. 역시나 홍소장의 강연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홍소장은 예전에는 단순하고 막연하게 쓰레기를 버리면 지구가 오염된다정도로 인지했던 환경 문제가 이제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며 특히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못하고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이야기 하였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만드는데 5, 사용하는 데 5, 사라지는데 약 500년 걸린다(?)고 한다.

이어 플라스틱 쓰레기에 의한 해양오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의 일부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그렇게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쌓이고 쌓여 해양 생태계 그리고 인류의 건강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으로 불거진 겁니다.

바다 쓰레기 문제는 시간에 따라 여러 국면을 거칩니다.

합법적으로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시기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경우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는 주로 유기물이었습니다. 가축의 분뇨처럼 바다 속에서 바다 생물에게 분해가 되는, 그들의 먹이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이었죠.

하지만 그조차도 바다 오염의 원인이 돼서 전 세계적으로 바다에 쓰레기를 직접적으로 투기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죠. 그게 19758월에 발효된 런던 협약(쓰레기를 해양에 함부로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이 비준한 협약)’인데요.

그럼에도 가장 늦게까지 바다에 유기물 쓰레기를 버린 나라가 한국입니다. 결국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됐고 2015년이 돼서야 한국도 바다에 유기물 쓰레기를 버리는 걸 최종적으로 금지하게 됐죠.”

항꾸네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강연회에 참석한 항꾸네 조합원들과 다른 참석자들 모두 숨소리까지 죽여 가며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귀담아들었다.

홍수열 소장의 강의에 몰입하고 있는 참석자들
홍수열 소장의 강의에 몰입하고 있는 참석자들

아무래도 지난해 있었던 쓰레기 대란을 다시금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로 수입해 가던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 전면금지(2018) 이전과 이후, 전 세계 재활용 시장의 변화를 봅시다.

이에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문제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요. 먼저 국제적 상황에서 보면 그동안 중국은 매년 약 500만 톤에서 7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양의 약 5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죠.

그런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어요. 당연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국가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겠죠. 가장 타격이 큰 나라가 미국이에요.

미국은 그동안 가정이나 기관에서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선별장에서 선별한 뒤 그 일부를 국내에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중국에 싼값으로 팔아왔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쓰레기를 선별해도 이제 처리할 곳이 없어진 거죠.”

미국은 중국을 대체할 다른 시장이 필요했겠죠. 그게 동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같은 국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중국처럼 플라스틱 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요. 당연히 이들 국가들이 수입할 수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물량 자체가 기존의 중국 시장이 수입했던 양을 흡수하지 못하고. 결국 미국에서도 지역에 따라 분리수거 자체가 붕괴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선별을 해도 어차피 재활용도 안 되니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 매립하는 거죠. 하지만 매립으로 쓰레기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설비와 기술이 필요한 이행기에 이른 것입니다.”

홍소장을 통해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의 현실을 참담했고, 극도로 심각했다. ‘항꾸네 협동조합원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이 거대한 쓰레기 대란과 쓰레기 흐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3R’이라고 하죠. 결국에는 덜 쓰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Recycle)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재앙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비자 차원에서의 접근으로 두 가지가 있어요. 바로 소비자 실천소비자 저항인데요. 위에 언급한 방법들이 소비자 실천이 되겠죠.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보다 적극적 변화를 위해서는 소비자 저항이 필요합니다. ‘소비자 저항이라는 것은 생산과 유통에 대한 적극적 항의 표시를 통해 소비자는 물론 생산자도 변화하도록 이끌어내고 유도하는 방법이죠.

이를테면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의 제품 안 쓰기, 그런 기업들의 제품들을 모니터링하고 플랫폼에 국민 청원하기 등. 개별 소비자들의 분리돼 있는 생각들과 의견들을 어떻게 조직된 힘으로 모아 능동적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이제는 중요하다고 보여요.”

항꾸네 협동조합원과 시민들은 오늘 홍소장의 강연을 통해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갖게 되었을까?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며, 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이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합의 이름 항꾸네처럼, 서로 함께 고민하고 함께 답을 구해 함께 실천하고 저항하길 바래본다.

*홍수열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정책을 공부. ‘재사용 경제를 주장하며 어떻게 하면 인류가 플라스틱과 공존하면서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원순환문제 전문가. 현재는 민간 연구소인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blog.naver.com/watherheat)에서 재활용 및 쓰레기의 자원순환에 관한 정책 연구, 현장 조사, 관련 교육과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동영상 체널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youtube,com/seoulkfem), 저서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2020)가 있다.

*바젤협약 : 19893,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이 협약은 병원성 폐기물을 포함하여 유해 폐기물이 국가에서 국가로 이동할 때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 후 2019429, 바젤협약이 다시 열렸다. 유해 폐기물의 종류에 플라스틱을 추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안건은 180여 개국의 동의를 얻어 압도적인 의지로 통과되었고 지구촌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장 뜨거운 사안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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