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나를 위한 하루

하지만 망설이는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 가득하다. 나는 아직 이룬 것도 없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어떤 것도 없다. 나 자신은 그냥 빈털터리일 뿐이다. 그저 아주 막연한 꿈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책을 본다. 하지만 가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에 굳이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면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지 않을까. 가끔이라고 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이다. 그 생각들 때문에 불안하고, 일어나지 않은 앞일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책은 말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꿈을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앞에 있는 것이 꿈이 아니라 깜깜한 어둠이라면. 뭐 결국 이것 또한 일어나지 않은 일이긴 하다. 내가 생각해도 난 지나치게 고민하고,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절대 시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실패한 적이 없다. 단순히 하고는 싶지만 내 능력부족으로 인해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미리 한계를 정하고 있다. 난 정말 내 생각보다 능력 없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인간일까.
요즘 컬러링북에 빠져 있다. 처음에는 그저 한 가지 색을 진하게만 칠하고 만족했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봤다. 대단했다. 나는 그 사람에 비하면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아무리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칠해도 된다는 컬러링북이지만 내 실력이 부끄럽고 절대 이렇게 칠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누군가가 알려주는 노하우를 참고하며 하나씩 칠해봤다.
나도 되더라. 내 눈에 만족스러울 정도로, '예쁘다.', '잘 칠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칠하게 되더라. 단순히 색연필로 공간을 메우면 되었던 일이 나에겐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안 해서 안 되는 거였지.' 하니까 되더라는,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렵지 않더라는. 해보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그런 것. 그러니 애초에 한계 따윈 없는 거다.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내가 만들어놓은 변명일 뿐.
지나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 하루란다.
왜 새해에만 결심을 하느냐고. 왜 내일로 미루느냐고. 지금 당장 하면 안 되냐고. 좋아하는 만화책에서 이런 대사를 봤다. 마음에 남았고 울컥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있다. "언젠가는 너무 늦는다." 언젠가는 해야지, 언젠가는… 그 언젠가에 뒤통수 맞아본 적인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자신에게서. 그러니 언젠가는 접으려고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을 야무지게 할 것이다.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다른 사람이 볼 때는 한심해 보일 수도 있을 하루하루가 빛나는 하루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어떤 하루>는 움직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등을 떠밀어준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 하고 있던 고민을 점집에서 점 보듯 집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장황하게 늘어놓는 백 마디 말보다 책 속 짧은 말들이 기억 속에 맴도는 것은 내가 필요로 하고 있던 말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현재를 바꾸고 싶고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책이 내민 손을 잡아보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준 책의 손을
행복 나눔기자단 허 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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