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것은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며, 그 무엇보다 우리의 삶과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후 변화, 에너지 문제, 도시화, 자본주의, 기아문제 등 현대문명이 처한 모든 문제의 핵심에 음식이 있다.
지구의 미래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음식은 주로 경제적 논리로 설명되어 왔다. 쌀이 모자라면 혼·분식을 장려하고 잉여 밀가루가 들어오면 분식을 장려하는 식의 식생활개선운동이 주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식생활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영역의 일로 치부되었다.
그럼, 그동안 개인의 차원에서 주로 거론되던 식생활 교육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후기 산업 사회이후 세계화로 대변되는 전 지구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제 ‘세계화’는 이미 일상화된 사회경제 용어이지만 먹을거리체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는 지리적 생태적인 조건하에서 각 민족 특유의 음식문화를 발전시키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로 표현되는 전 지구화의 문제는 결국 각 민족 특유의 먹을거리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한국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러 먹을거리 문제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먹을거리의 문제부터 시작해 한국인의 식생활은 매우 심각하다. 특히 ‘세계화’로 야기되는 서구의 비자연적이고 육류 위주의 식생활이 한국 사회에도 빠르게 유포되어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
27%에 이르는 낮은 곡물자급율, 먼 지역 식품소비 증가로 인한 에너지 비효율성 문제, 음식물 쓰레기의 증가, 패스트푸드 범람으로 인한 과체중 및 생활습관 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용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패스트푸드 세계화’의 현장에서 시달리고 있는 한국 먹을거리 현장에서 볼 때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의 수립은 필연적인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식생활과 관련된 문제들을 예로 들면, 곡류와 채소류를 중심으로 하던 주부식의 밥상이 패스트푸드와 육류 중심의 식단으로 바뀌면서 영양불균형이 심화되어 이로 인한 질병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자녀수의 감소, 노인인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불규칙하거나 혼자 식사하는 경우가 늘고, 맞벌이 가족과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으로 인하여 외식이 늘어나고 식생활양식의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이는 무서운 사회를 만드는 ‘나 홀로 식사’가 늘고 있는 현상과도 통한다. 그리고 다국적 식품무역의 전개로 식품 안전성의 위협과 식량시장의 불안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식생활과 관련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이자 문제이다.
결국 이러한 심각한 먹을거리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2009년 11월에 ‘식생활교육 지원법’을 제정하고, 2010년 4월에 ‘식생활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여기에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의 식사지침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환경, 건강, 배려’의 3대 가치를 식생활의 중심 철학으로 넣게 된다.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서는 건강증진위주의 식생활교육을 전개하였다면 우리는 지구를 사랑하는 환경보존의 마음과 조상대대로 나눔과 감사를 실천하였던 음식철학을 넣은 ‘녹색식생활지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는 식생활교육의 올바른 방향 설정과 전개를 위하여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식생활교육의 대상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이며 교육의 범위는 생산과 소비, 건강과 생명, 생태와 환경, 사회와 문화, 노동과 경제, 신념과 윤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
한국 국가식생활기본계획은 정부와 공조직인 학교교육기관과 그리고 민간단체와 관련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자발적 운동이다.
이는 국민 대부분이 식생활수준을 향상시켜 건강하고 밝은 국가 복지를 실현하자는 기본 취지에 동참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전 국민적 합의가 국가식생활기본계획의 수립 배경이고, 이러한 한마음 한뜻이 계속되는 한 한국의 식생활교육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아름다운 정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