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승리는 뉴미디어 "시민혁명"
박원순의 승리는 뉴미디어 "시민혁명"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1.11.0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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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기존 정치 함수에 대입해 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는 선거 한 번 뛰어본 적 없는 정치신인이었고, 뒷받침하는 세력 없는 무소속이었다. 그런 그가 경선에서 제1야당 후보를 꺾었고, 본선에서는 거대 여당 후보를 눌렀다. 시민운동 출신의 무소속 서울시장은 그렇게 기적처럼 태어났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의 승리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시민혁명’

<박원순과 시민혁명>은 바로 그 기적의 50일을 담고 있다. 박원순의 과거의 궤적을 따라오며 서울시장 후보 출마 결심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 아울러 박원순과 그의 선거 팀 ‘희망캠프’의 활동을 기록하며 기적의 원동력을 찾아 나선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해 왔으나 정치인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그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무소속 후보가 거대 정당 후보들을 꺾고 당선될 수 있는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이 책은 우선 왜 박원순이, 정치권으로부터 오랫동안 러브콜을 받아온 그가 이번 10월 재보궐선거에 출마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저자이자 희망캠프의 소셜4.0위원장을 맡았던 유창주는 그의 출마결심의 기원을 국정원과의 소송,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에게서 찾는다.

“출마합니다.” 박변의 한 마디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어떤 이는 헛기침을 하고, 어떤 이는 “예전에 그렇게 출마하라고 할 때는 빼더니만 왜 지금에 와서 출마하느냐?”라고 다시 물었다.(12p. 프롤로그)

박원순은 “내가 겪은 국정원 관련 사건은 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19세기, 20세기에나 있을 법한 토목 중심의 경제관념을 보았고, 여야 또는 좌우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그야말로 우리 국민들이 마음을 줄 어느 누구도, 몸을 기댈 곳도 없는 처참한 상황을 겪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역진 불가능해 보였던 민주주의의 명백한 후퇴, 대안의 부재가 평생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활동가의 등을 밀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백두대간을 내려온 박원순이지만, 안철수의 등장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저자는 전한다. 안철수는 단숨에 ‘새로운 정치’의 상징이 되었고, 이는 박원순과 중첩된 이미지였다. 둘 중에 한 명은 나올 수 없었고 안철수는 박원순을 만나 불과 20분 만에 출마의 뜻을 접었다. 이 책은 이 과정에서 박원순 역시 매우 긴장했으며 안철수의 반응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전한다.

안철수와의 사실상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지자 박원순은 그야말로 유력 주자가 되었다.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았고 박원순 역시 이에 부응코자 했다. 그는 선거대책본부인 ‘희망캠프’를 수립하고 ‘박원순 펀드’로 자금을 모았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는 불과 47시간 만에 목표액인 38억을 달성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그렇다고 박원순 캠프가 쉽게 걸어온 것은 아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의 단일화는 그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었다. 민주당은 조직이 있었고 제1야당이라는 프라임이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갖고 있지 않았던 수많은 선거에 대한 경험이 있었다. 몇 차례 토론회에서 박영선은 날카로웠고 박원순은 긴장감이 온몸에 드러났다. 그리고 경선이 벌어진 장충체육관에는 오전까지 민주당 지지자들의 조직적 참여가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는 새로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냈다. 오후 장충체육관에는 가족, 연인 단위의 젊은 유권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까지 투표장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던 사람들이 스스로 국민참여경선인단을 신청해 투표장을 찾았다. 그리고 10월 26일 열린 본선에서도 이들이 앞장서 나왔다. 경선 이후 벌어진 본선에서 한나라당과 방송, 보수신문이 박원순 후보에게 공격을 가할 때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그 지점이다. 방송과 보수언론들이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박 후보에 대해 공격을 가했지만 이를 튕겨낸 것, 바로 SNS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은 새로운 정치참여방식으로 드러났고 SNS는 선거기간 내내 박원순의 가장 큰 선거캠프였다.

저자는 여론의 흐름을 갈라놓은 것이 ‘SNS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박원순 캠프의 별동대 ‘나는 꼼수다’ 역시 SNS를 타고 번져나갔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이번 승리가 ‘뉴미디어 시민혁명’이라고 정의하고, 이 기반은 ‘참여정치’라고 말하고 있다.

박원순은 승리했다. 이명박 정부와 거대여당은 이번 선거를 거치며 좌초를 넘어 침몰하기 시작했다. 제1야당은 욕심을 버리고 뛰었으나 홍역을 앓기 시작했고 진보정당은 다급하게 새 길을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정치’는 박원순의 당선으로 현실화 되었지만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그에게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은 기존과는 다른 정치, 소통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사람 사는 사회’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박원순은 이를 채워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다져야 한다.

저자는 아직 “새로운 정치가 어떤 정치일까? 이 책을 출간하기로 기획하고 글을 쓰면서도 그 생각에 끝내 방점을 찍지 못했다. 미완성이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로운 정치는 이미 출현했고, 그 완결성은 유권자가 다시 판단할 것이다.

박원순과 시민혁명 / 유창주 지음 / 두리미디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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