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반장이나 회장으로 성출된 임원들을 불러 각자의 임무를 어떤 마음으로 감당할 것인지 알려줄 때에도 그것을 사용했었습니다. 상 받은 학생들을 칭찬할 때에도, 친구들과 싸우고 억울함을 호소하러 온 학생을 위로할 때에도 사용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의 원아 하나는 나만 보면 ‘교땅 떤땡님’하며 팔을 벌리고 달려들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교장실에 다녀오라.’는 선생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하면 달음박질하여 왔습니다.
내가 근무할 당시에는 비정규직 직원도 있었습니다. 교무 보조, 유치원 보조, 과학 보조, 급식 보조 등이 그들입니다. 매월 마지막 근무일에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근무에 따른 어려움이 있는지 확인하고 열심히 근무해 줄 것을 당부하곤 했었는데, 이 경우에도 초코파이를 사용했었습니다.
초코파이가 북한에서도 중국에서도 무척 인기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교육활동에 사용하면서 효과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 한 기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3학년 학생 중에 도벽이 무척 심한 학생 연수가 있었습니다. 3학년 담임교사 심 선생님이 연수의 이런 행동을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씨가 착한 여자 선생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나에게 왔습니다.
우선 피해 규모를 파악했습니다. 연수는 급식비(당시에는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 급식비를 가지고 와서 납부했음)를 비롯해서 야영 수련활동에 사용하려고 모아 놓았던 돈 등을 훔쳤습니다. 도서관에 봉사활동을 나온 학보무의 지갑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연수는 친구의 집에서 학부모의 돈에도 손을 댔습니다. 도권이네 집에서는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장롱을 뒤져서 돈을 훔쳤고, 마치 단짝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 대휘네 집에서는 벽에 걸어두었던 할아버지의 호주머니에서 30만원을 훔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규모를 파악하려면 연수의 확인을 거쳐야 하는 데 난감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연수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 슬하에서 생활하는 불우한 학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새벽 6시가 조금 지나면 해남으로 일하러 갔다가 밤 9시가 넘어서 귀가했었습니다. 위로 누나가 셋 있었지만 둘은 집을 떠나 있었고, 셋째 누나는 중학교 학생이라 방과 후에 연수를 돌보아 줄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이런 환경은 연수를 외롭게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나쁜 버릇이 생긴 것으로 짐작됩니다.
연수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이런 버릇이 있었다고 하니 4년 동안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아니한 결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그 나쁜 버릇이 습관으로 고착되었고 지능적으로 발전했었던 것입니다.
나는 피해 학부모를 불러서 연수와 마주 앉았습니다. 그러나 연수는 어떤 물음에도 입을 열지 아니 하였습니다. 눈만 말똥말똥 뜨고 바라 볼 뿐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았다.’고 학부모들도 호소했습니다. 마치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것처럼 한계에 부닥쳤습니다.
다음날 연수를 교장실로 다시 불렀습니다. 그리고 초코파이를 주었습니다.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연수에게 초코파이의 껍질을 벗겨주며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연수는 허겁지겁 초코파이를 먹었습니다. 물도 따라 주면서 천천히 먹으라고 했습니다.
“맛있냐?” / “네.”
연수는 머리를 끄덕이며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습니다. 이후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확인하는 데 적극 협조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정리한 연수의 도벽행위는 A4 용지로 무려 3장이나 되었습니다.
연수가 5학년으로 올라 갈 때, 내가 퇴직했었고, 이후로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연수가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 현재 고등학교 학생입니다.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아는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이렇듯 학생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했던 초코파이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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