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무이파' 힙쓸고 간 나주 배농가 가보니
태풍 '무이파' 힙쓸고 간 나주 배농가 가보니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1.08.0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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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8일 오후 나주시 금천면 석전리 수량마을 한 과수농가에서 농민이 강풍에 힘없이 떨어진 배를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다.오세옥기자
"추석 대목 코 앞인데…" 망연자실

수확 앞둔 배 흙탕물에 나뒹굴어

장마·폭염·태풍에 올 농사 망쳐

"추석 대목 수확을 코 앞에 두고 매일 정성을 들였는데…. 태풍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네요."

제9호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8일 오후 나주 금천면 일대 배 농가 과수원은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주변 과수원 대부분의 길목마다 세찬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진 봉지 씌운 배들이 흙탕물 속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강풍을 견딜수 있도록 가지마다 줄로 연결해 놓왔지만 강력한 태풍의 위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끊어진 줄들이 과수원 여기 저기 널부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간밤의 세찬 비바람을 견뎌낸 배 몇개 만이 힘겹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금천면 일대 1만6천528㎡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는 정웅기(65)씨. 과수원 곳곳에 태풍에 떨어진 배들이 나뒹굴고 있었지만 정씨는 일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 떨어진 배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봄 냉해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거니 최근 긴 장마와 폭염으로 수확시기가 늦어지고 상품성 마저 뚝 떨어졌다.

그나마 추석을 앞두고 대목을 기대했었지만 수확 20여일을 앞두고 들이닥친 태풍은 정씨의 마지막 남은 희망마저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말았다.

정씨는 "출하를 기다리며 익어가던 배 40% 가량이 이번 태풍으로 못쓰게 됐다"며 "상태가 양호하면 배즙을 만드는 공장에라도 출하할 텐데, 아예 땅에 묻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정씨는 다행히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된 상태. 40%가량의 낙과 피해를 예상하는 정씨는 절반 가량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었다.

정씨는 "이미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은 마당에 업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까지 오면서 올 농사는 완전히 망쳤다"며 "정부에서도 농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보험 배당금을 더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나주 지역에서는 2천여 농가에서 2천800ha를 재배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나주지역에서는 정씨의 과수원을 비롯한 300㏊ 배농가에서 배 12%가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나주 지역 배농가의 낙과 피해가 잇따르면서 추석을 코앞에 두고 산지 배 가격도 벌써부터 치솟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15㎏ 기준으로 4만5천∼5만원 가량 했던 배가 이번 추석에는 2만원 가량 오를 것이라고 농민들은 입을 모았다.

영농조합법인 나주배시장우리배 김준(39) 사무국장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농민들은 물론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에 배를 구입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나주=김진석기자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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