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생용 마을 정자를 만나다.
북구 생용 마을 정자를 만나다.
  • 김옥 시민기자
  • 승인 2011.07.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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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정이 넘쳐 정겨움 서린 곳

광주시 북구 생용동 80여 가구가 사는 동네 어귀에 늠름한 귀목나무 두 그루.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듯이 떠억 하니 버티고 있다. 도심 안에서 살다보면 나무 아래 가서 놀 여유도 없지만 또한 그렇게 듬직한 나무도 보기가 많이 어려워진 요즘 같은 현실에 하늘 향해 쭉 뻗어 있는 나무를 바라보면 누구나 아주 행복하다.

나무 아래는 허술 하지만 깨끗이 정돈되어 주민들의 애정이 담긴 정자다.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쯤부터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9월 정도까지 생용 마을 어르신들의 노인정 역할도 한다. 마을에 택배 배달을 온 기사님께 물 한잔을 권하고 잠시 쉬어가라는 여유도 나누는 모습이 길을 걸어가다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곳에 쉬고 싶어진다.

두 그루 나무 중 수령이 더 오래 된 정자 쉼터는 여자 노인정으로 사용하고 귀목 나무 옆에 거대한 매 방아가 100년 세월의 흔적을 묵묵히 전해 주고 있었다. “옛날 부지런한 소가 방아를 찧어 동네 안살림을 책임졌기에 여자 분들이 먼저 좋은 나무 아래 정자를 독차지 하였다” 라는 전설을 이야기 해 주시면서 모여 계신 여자 어르신 모두가 한바탕 웃으신다.

수령 40년 된 정자 아래 남자 어르신들이 쉬고 계시는 곳에서 만난 생용 마을 범진우(68세) 어르신은 생용 마을 전설 이야기, 자식 이야기, 할머님 이야기를 줄줄 풀어내신다. 이어 “1914년 이전까지도 광주 땅이었던 담양군 대전면 일대, 즉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지역에 예로부터 임금의 상징인 용(龍)자를 가진 마을들이 밀집해 있다. 동네 이름 중 신평과 복룡을 합쳐 신용, 용강, 생용, 용전, 용산, 청용, 용두, 복용 등등 ‘용’자 돌림 동네가 한 지역에 하나 둘도 아니고 여러 곳에 걸쳐 용자 돌림 마을들이 있으니 무심코 지나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라고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또 조선후기에 만든 ‘광주읍지’엔 광주 북쪽에 ‘견훤대(甄萱臺)’가 있다고 한다. 요즘엔 생용 마을 뒷산(죽취봉) 있는 성터를 이곳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로 지역 사학자들이 자주 답사하고 강변의 너른 땅 영산강 상류지역에서 널리 퍼진 견훤에 관한 얘기, 서당골 성안골 혹동 (감옥) 등 마을에 전해져 내려온 전설이야기까지 해 주신다,

매년 복날이면 닭죽을 쑤어서 온 동네잔치가 벌어져 마을 사람들과 더욱 깊은 정을 나누니 녹음이 우거지고 사방팔방으로 소통되어 막힘이 없는 공간에서 동네 어르신들 행복은 물론 머무는 이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무등일보 김옥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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