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2010년 대입수능에서 고3 수험생 부모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으로 참여했다. 교원 임용고사 출제위원으로 임용고시학원 강의자와 문제집을 집필한 이들이 선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여론의 입살에 올라있는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을 청와대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갖은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명시적 비리만 드러나지 않았다면 'OK' 싸인을 내는 이명박 대통령의 ‘일만 잘하면 된다’의 철학이 빚은 우려스런 일련의 사태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왜 이런 철학을 갖고 행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일까?
우선 대통령 자신의 이력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재도 그런 면이 있지만 과거 건설업계는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었다. 이런 흙탕물 속에서 평사원이 건설업체의 사장까지 고속 승진 한 성공신화 이면의 어두운 과거를 ‘일만 잘하면...’ 이란 어젠다로 희석시킬 수 있는 편리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수 백 개의 고위직에 자신의 측근들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패막이가 된다. 같은 교회, 지역, 대학 사람을 등용하면서 일수 있는 비판을 ‘일만 잘 하면...’이란 말로 비판을 비켜가고 싶은 것이다.
‘위장전입, 병역면제, 부동산투기는 이명박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필수과목’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이런 철학이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문제는 ‘일만 잘하면’ 과거의 어떤 부정, 일탈된 행위와 경력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무의식적으로 각계 각층에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덕 불감증이 만연되고 비뚤어진 의식과 사고 체계가 시민사회에 형성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질서만 지키면 된다’는 경찰에게는 용산참사처럼 몇 사람의 소수 약자가 공권력에 죽어나도 질서가 최고의 선이 된다. ‘돈만 많이 벌면 된다’고 생각하는 대기업에는 기업윤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바구니가 없게 된다.
‘전쟁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최근 군부대 사건에서 보여주듯이 왕따를 하건 구타를 하든 방치되고 급기야 총기난사라는 끔찍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일제시대 독립군 탄압에 앞장서며 친일을 했어도 전쟁에서 세운 무공만을 앞세워 공영 방송국이 찬양일색으로 도배하고 중범죄자라도 평창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사면해 주고 유치에 성공하면 영웅이 될 수 있다.
일반 시민들도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부도덕과 부정에 대해 문제의식이 마비되고 설사 문제의식이 발동된다 하더라도 ‘나만 바보스럽게 사는 것 아니냐’는 자조에 이르게 된다.
도덕성은 신뢰와 공평, 타인 존중 등의 곁가지에서 양분을 받은 굳건한 줄기이다. 도덕성을 잃은 공직자와 이들이 행한 행정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능력만능’으로 포장될 경우 끝없는 탐욕과 부정의 나락으로 빠져들기 마련이다.
최근 개각으로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광주·전남출신 장관이 없는 내각이 될 모양이다. 영포라인, 강부자, 고소영에만 왜 그리도 일 잘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것인지. 기준도 모호한 ‘일만 잘한다면 된다’는 정권에서 염치, 정의, 철학, 도덕성을 얘기하는 것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를 찾는 수고로움일까?
무등일보유홍철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