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
“세상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
  • 정덕구 기자회원
  • 승인 2014.07.2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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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정덕구 기자회원 ] “세상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

불교신문 신춘문예 출신 작가들 승승장구…잇따라 단행본 출간

최근 불교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서 본격 활동하는 작가들이 잇따라 단행본을 출간했다.


불교적 통찰이 엿보이는 소설과 불교적 사상이 깊이 내재돼 있는 시를 비롯해 불교적 가르침이 농축되어 있는 불교동화까지 각기 다른 장르지만, ‘불교신문’이라는 동일한 인연으로 출발한 이들 작가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 201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2400여편의 시 가운데 당선작으로 선정된 ‘분천동 본가입납’은 “시 속의 정경들이 크게 꾸미지도 않으면서 깊고 은은한 가락으로 펼쳐진다”고 심사위원들이 극찬한 작품이다. 그 해 겨울 이명 시인은 당선시를 표제작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와 (주)코스콤 전문이사를 역임한 시인은 34년간 ‘금융맨’으로 살아온 금융계 거목답게 당시 시집 출판기념회에는 200여명의 금융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화제가 됐다.

이명 지음 / 리토피아

2011년 당선 이명 시인

‘나는 벌레’…혹독한 성찰

“천년의 전설 좇는

초월적 그리움 담아낸

걸작으로 시단 평가”

그가 두 번째 시집 <앵무새 학당>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집 <벌레문법>을 출간했다. 시가 열리기 전 시인은 서문에서 고백한다.

“나는 벌레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눕는 나충(裸蟲)이었다…어중간하게 머물다만 성충, 아니 애벌레나 번데기로 끝나기도 했던 생(生). 이제 다시 변신하여 한 과정을 살아간다. 번데기쯤 되어 있을까. 제대로 탈바꿈하여 온전한 모습의 성충이 되어야 할텐데, 잃어버리고서야 채워지는 것이 있다.”

시인에게 ‘벌레’는 나와 다르지만 내 안에 살고 있는 또다른 나다. 시 ‘벌레문법’에 담겨 있는 ‘벌레 속의 벌레’의 일부다. ‘내 속에도 벌레가 살고 있다. 망막에도 붙어있고 달팽이관에도 숨어 산다. 전두엽에도 있다. 보이는 것들이나 들리는 것들이나 눈빛이나 생각까지 재려든다.

작금에는 성충이 된 벌레가 내 속을 가로질러 다니며 내 마음의 크기를 재고 있다. 벌레의 왕성한 활동에 우울증 신경쇠약증 과대망상증까지 내 병력에 추가됐다. 한 뼘도 안될 내 안, 자벌레와 더불어 살고 있다.’

이를 두고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성찰은 혹독하다”라고 평했다. 이는 시 ‘서어나무 대웅전’과 맥이 닿는다. 내가 벌레인지, 벌레가 나인지 모를 현실의 아픔을 이렇게 노래한다.

‘세상의 허명을 탐한 세월만 흘러갔다/ 번뇌가 가슴깊이 쌓여 돌부처처럼 서러웠다// 서어나무 목탁소리가/ 까맣고 캄캄한 내 속을 깨뜨리고 있었다….’ 진순애 문학평론가는 이명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천년의 전설을 좇는 초월적 그리움’이라고 정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년 전 인류의 자취를 만나게 하면서도 지금 여기 우리들의 초상 또한 반추하게 된다. 반추 속에 환기되는 시인의 반성은 끝없이 반복하며 지속해야 하는 그의 시쓰기의 이유이기도 하겠고, 현대에도 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보라 지음 / 청어

2011년 당선 이보라 작가

불교사상의 꽃 연기론

“우리들 얽히고 설킴이

석가모니부처님이 비유한

인드라 그물 아닐까”

동국대 국문학과 출신 이보라 작가는 올해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소설 ‘파리로 가신 서방님’으로 당선된 주인공이다. 작품은 절 마당에 버려진 ‘나’를 데려다 키운 묘덕스님과 화공과 공작부인과 어린 석찬스님과 ‘나’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당시 심사를 맡은 소설가 한승원은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상상력을 아름답고 절실하게 표현해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작가가 최근 낸 단편소설집 <바깥에서>는 인간관계가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를 탐구하고, 타자와 비동일자, 바깥을 사유함으로써 이들 문제에 대응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해관계의 갈등 자체를 초점화하지 않고 경계에서의 글쓰기에 있는 듯 하다.

타자와 비동일자, 바깥을 지지할 심리적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지지가 새로운 권력형태로 발현되는 것을 경계한다. 경계라는 적소에서의 소설이 이보라 소설에 특유한 ‘아포리즘적 표현’과 무관하지 않다. 아포리즘은 삶의 전체 영역에 대한 통찰, 탁견, 신조, 진리, 감정 등을 간결하게 진술한 표현양식이다.

이 작가는 “내가 사모하는 불교사상의 꽃은 연기론”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무한시간과 무변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드넓은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이 세상 모든 사물은 저마다 찬란한 꽃이 된다”라고 했다.

“이 광활한 우주에 나를 영롱한 보석 구슬일 수 있게 하는 당신은 또 다른 보석 구슬이다. 우리는 서로를 비치며 서로를 담고 있다. 내가 변하면 당신도 변하고,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나와 당신의 그러한 얽히고 설킴이 석가모니가 비유한 인드라의 그물이다.”

부복정 지음 / 참글어린이

2013년 당선 부복정 작가

‘옥야경’의 현대적 해석

“아내 역할 강조한 경전

어린이 눈높이로 재구성

상대방 마음 보기 연습”

동화를 쓰는 부복정 작가는 지난 2012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무문에 당선됐다. 남편과 제주에서 자전거방을 하고 있는 부 작가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가게일도 소홀하며 노트북에 매달려 있는 나를 타박하기보단 언젠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거라 무한한 희망을 주던 남편이 지금 이순간 너무나 고맙다”는 당선소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녀의 신간 동화 ‘왜 내가 먼지 양보해야 돼?’는 불교경전 <옥야경>의 가르침을 어린이 눈높이로 다시 해석해주는 책이다. <옥야경>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도 여인 특히 아내 혹은 며느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전이라 동화소재로 어린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올바른 아내와 며느리의 도리만을 꺼내오는 것이 아니라 남자 역시 그와 똑같이 아내를 공경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처음에 <옥야경>을 읽고 ‘착한 아내의 도리’ 등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남녀노소를 떠나 내가 먼저 사랑하고, 내가 먼저 베풀고, 내가 먼저 양보하라는 가르침이었다”며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똑같은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 보라”고 말한다.

[불교신문3027호/2014년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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