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화재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어르신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29일 오후 2시30분께 광주 동구 산수동 산수도서관 인근 A(66)씨의 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날 화재로 집 60㎡가 전소됐고,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A씨는 얼굴 등에 2도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우연히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의 목숨을 건 사투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광주우체국 소속 집배원 김종운(31)씨.
김 씨는 2년 전부터 산수동 인근을 전담으로 하는 집배원이다.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도중 한 주택가에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을 목격했다.
순간 '그 집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사는 곳인데'라는 생각을 하게된 김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불길이 집 전체를 덮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집에는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어르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담을 넘었습니다."
구조 당시 A씨는 이미 얼굴과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고, A씨를 화마에서 구할 당시 TV가 폭발하는 등 화염에 휩싸여 자칫 목숨마져 위험한 상태였다.
김씨는 무작정 A씨를 업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침 인근에서 식사를 하던 광주우체국 소속 권태현(34) 한상욱(29) 최병만(38)씨도 현장에서 김씨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함께 도우면서 A씨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씨가 위험을 무릎쓰고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결코 '영웅심'이 아닌 평소 '선행'에서 비롯됐다.
김 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장애시설 등을 방문해 남모른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김 씨는 "어르신이 10년 전 후천성 뇌경색으로 거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작정 뛰어 들었다"며 "화상을 많이 입었다고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훈기자
무등일보 박지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