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류정식기자]
건조기 대신 장대 위 매달아 해풍에 건조
천일염과 해풍으로 절묘하고 깊은 맛 묘미
민어, 농어, 참숭어, 우럭, 문저리 등 사용
‘해풍 건정’은 수 천 년 이어온 신안 지역의 최고 천연 향토자원이다.
신안 해풍 건정은 보통 건어와는 다르다. 생선을 잘 손질한 후 천일염을 이용하여 절임을 하고 사방이 확 트인 갯벌에 장대를 꽂아 손질된 생선을 매달아 해풍에 최소한 40일 이상 말려서 만든다.
건정은 명품 천일염을 이용해 절이고 서해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닷바람과 어우러져 자연 그대로 생선을 말리는 방식의 토속음식으로서 우리나라 말림 생선의 최고가 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안전행정부와 한국지역진흥재단의 주관으로 열린 우리 마을 향토자원 경연대회에서 '신안 증도 해풍 건정'이 전국 최고의 향토자원으로 선정된 바 있다.
17개 시·도에서 추천한 145개 향토자원 가운데 ‘해풍 건정’을 최고 상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신안에서는 옛 부터 다양한 어종과 어획량에 비해 냉동, 냉장 등의 저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장기보관 목적으로 섬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천일염으로 절이는 기술이 발달했다.
조선시대 이래 우리 조상들은 바다에서 잡힌 민어, 농어, 참숭어 들을 정성껏 손질해 천일염으로 절인 다음 해풍에 말린 것을 내륙지방에 팔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생선을 신선하게 보관하기 힘들었던 시절, 천일염과 해풍만을 이용하면 자연 그대로 건조되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풍을 맞고 햇볕에 말려져 다시 탄생된 말린 생선을 ‘건정’이라고 불러왔다.
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높은 장대 위에 매달아 건조시키며, 천일염과 해풍의 작용으로 절묘하고 깊은 맛이 건정의 묘미이다.
건정이란 말은 ‘간장(간하여 저장함)’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해풍 건정’은 ‘바닷바람에 말린 건어물’이라는 의미로, 건정은 이 지역 사투리다. 바로 제사나 명절, 혹은 고기를 잡기 힘든 겨울에 먹기 위해 말린 생선을 뜻하는 토속어이다. 일부 사람들은 건정을 ‘간짱’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사전에도 실리지 않은 ‘건정’이라는 이 표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소중한 향토자원이다.
섬 주민들은 주로 건정의 재료로 민어, 농어, 참숭어, 우럭, 문저리 등을 사용한다.
보통 등과 배를 손질하는 방법이 있다. 간편하게 먹으려면 등을, 제사에 올리려면 배를 손질한다.
건정은 무엇보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신속하게 절여야 제 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갯벌에 그물을 쳐놓고 고기가 잡힐 때마다 건정을 만든다. 잡힌 고기를 바닷물로 다시 씻은 후 바로 내장을 발라내고 친환경 천일염으로 고루 간을 한 후 2시간여 동안 절임을 해야 한다.
생선이 크고 두께가 굵기 때문에 담그거나 뿌리는 과정을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 담백한 맛의 깊이가 달라진다.
섬 주민들은 건정을 사방이 확 트인 곳이나 갯벌에 대나무를 꽂고 거기에 생선을 높이 매달아 놓고 말린다.
겨울에 가장 많이 잡히는 참숭어는 건정의 대표 생선으로 이른 봄까지 섬 지역의 집집마다 긴 장대에 걸린 참숭어 건정을 곳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건정에 천일염과 해풍의 깊은 맛이 스며들게 된다.
남풍이 불거나 구름이 낀 날은 햇볕이 나더라도 창고에 넣어둘 정도로 정성을 들여 건조시켜야 한다. 그리고 40일 정도 말리는 완전 건정 방식으로 여러 과정을 거쳐 높은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풍부한 해풍과 눈을 맞으며 비로소 완성된다.
건조가 완성된 건정은 요리 전날 쌀뜨물에 담아 비린 맛을 제거하고 생선의 육질을 연하게 만들어 요리를 하는데 굽거나 쪄서 요리하거나 푹 끓여 맑은 탕을 해먹기도 한다.
구워서 먹을 경우에는 구운 후에 바로 딱딱해지기 때문에 제때 찢어놔야 한다. 고추장 건정, 양념무침도 요리도 있다.
섬 주민들은 주로 적당히 간이 벤 건정 요리를 ‘건짱’이라 부르며 특별한 날 시루떡을 곁들여 먹거나 귀한 손님 접대, 제사상의 제물로 올렸다고 한다.
건정 요리는 진부령의 황태덕장에서 만들어지는 황태처럼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서해바다의 바람을 맞으며 건조 과정을 거친 생선으로 더욱 깊은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섬 주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여 5년간의 꾸준한 노력 끝에 영어조합을 설립한 신안영어조합법인 유영업 대표는 “자연과 함께 정성껏 만들어진 신안 해풍 건정은 수 천 년 이어져온 향토자원이자 진정한 슬로푸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정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러한 신안 해풍 건정의 우수성에 대해 도서민과 지역민, 유관기관이 관심을 갖고 협력을 통하여,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신안 해풍 건정이 전 국민과 관광객이 애용하는 지역향토특산품으로 발돋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 해풍 건정을 조명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7일 신안비치호텔에서 천사섬전통건정사업단과 호남씨그렌트센터 공동 주최로 ‘신안 건정의 가치와 미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