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 제도도, 공무원도, 국민을 놓쳐버렸다.
행정도, 제도도, 공무원도, 국민을 놓쳐버렸다.
  •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 승인 2014.05.2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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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제도, 공무원, 모든 국민을 놓쳤다.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시사칼럼리스트

국민에게 한발 다가서겠다는 다짐과 선심성 약속만 선거 때 나오더니 정작 중요할 때 한발 빼는 정부와 정치는 역시 지키기 못했다.
 
소수공무원들도 국민을 위한 공익활동을 해야 함에도 제 살길이 바쁘니 해당 관공서마다 핑계로 얼룩진 브리핑만 하느라 때 없는 언론의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학교를 잠시나마 떠나 진짜 자연인으로 즐거움을 만끽하려던 학생들과 사연 많은 승객들이 대참사를 당한 세월호에 우리정부의 태만과 게으름이 얼마나 지독하고 심각했는지를 모든 국민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사람은 어려울 때 진정성을 알고 위험할 때 관계를 알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선진국의 잣대라고 말할 수 있는 재난위기관리시스템의 허점과 공무원의 엉성하고도 삐뚤어진 자세로 여전히 우리는 후진국의 근성을 가진 나라임을 세월호를 통해 명백히 밝혀졌다.

태평양 한가운데 자국민이 빠진 것도 아니고 일본과 중국의 경계해역도 NLL북방한계선도 아닌 우리 영토의 한가운데 그것도 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는데 위기관리시스템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한 채 언론의 틈사이로 허둥지둥되고 있었다. 이러니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시민단체의 말에도 무게가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위기관리도 관리지만 재난 상황에 대해서 허둥지둥하더라도 다급한 모습은 안 보이고 유관기관과 노란조끼 입고 앉아 부서별 상황 배치와 업무와 배당과 할당을 하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다. 그렇다고 회의가 끝났다고 말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위기관리재난본부의 발족식을 환영해달란 것도 아닌 것이 고위 관료들이 모여 무슨 말을 어떻게 했길래 골든타임을 저버린 채 피해자 한가운데서 라면을 먹고 있었을까? 오히려 인근주민과 어선들이 군함과 해경보다 더 신속하게 인명구조와 상황 정리하느라 바빴다. 그 많은 공적 인원들이 파견되어 사고현장을 에워싸며 마치 외계인을 발견한 듯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이 사고는 대단한 사고가 아닌 대형인명피해를 입은 사고현장이다. 그러니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했어야 한다. 군경, 소방청까지 동원되었지만 정작 구조된 사람은 몇 안 되고 사상자만 유가족과 함께 지켜보는 셈이 되었다.

작전지휘본부에서는 상징적인 유니폼을 입고 무거운 표정으로 일관해서는 안 되었다. 현장에서는 인력과 장비, 기상조건이 안 좋아 구조상황이 어려운데 그리 앉아서 관계부처와 원만한 대책마련을 하는 것이 순번이 아니다. 사고 초부터 지금까지 비통함을 연출하는데 급급하지 비통함을 해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아 보였다. 결국 재난관리본부와 작전지휘본부는 그들 세계에서만 있었지 국민들 속에서는 없었고, 그들의 작전과 본부는 허울 좋은 그들만의 출정식이었다. 해상구조에 도움이 되기 위한 보조기구나 장비들은 곳곳에서 얻어오거나 빌리지 못해 허둥지둥하고 그나마 대여한 장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람보다 더 빨리 바다에서 나오니 웃지 못하는 현장 뒤에서 웃음보가 터질 것 같다.

지금까지 대정부 재난사고 때마다 출연해오던 범국가적 재난관리시스템은 현정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었다. 정부주도 하에 국가적 차원으로 IT강국면모에 맞는 재난현장에 사람대신 투입할 수 있는 소방로봇과 탐색로봇을 개발하겠다며 정부가 호언장담을 하더니 실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은 없었다. 그나마 있어도 로봇이 사람에 의존하여 움직이거나 심지어 위급상황인데도 불구하고 해상촬영도중 로봇에 문제가 생길까 구조대가 그 와중에 로봇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정작 필요할 때 없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인간이 하지 못하는 섬세함과 기계적인 생명력으로 전복된 선박에 탐색과 분석을 해야 하는데 음파탐지도 기상조건에 따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유아용 장난감도 아니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로봇은 하루 만에 원대복귀하고 다시 사람이 들어가는 한심한 작태가 이루어졌다. 정부출현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그 많은 예산과 혜택을 받으면서 정작 만든 건 관상용 마징가 Z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해마다 국방비와 기술 개방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지만 시도와 과정은 있고 결과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는 전람회를 운영하느라 제대로 생산성 있는 연구와 기술개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와 투자마저도 그저 보이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이번 정부의 그동안의 행정과 관리시스템의 결과에 할 말이 없다.

세월호 앞에 거대 자금 거대 인적자원으로 이루어진 정부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라는 한 숨 섞인 얘기에 당분간 정부는 입을 다물어야한다. 범정부 범국민 범국가라는 말을 써댄 정부가 부끄럽기까지 한다. 첨단 장비기술과 로봇 그리고 국방력은 그렇다 치고 똑똑하게 뽑힌 공무원들은 다들 어딜 갔는지 사고현장에는 재난피해가족들이 부둥켜안고 같이 애통하고 있으니 외국에서는 무정부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이상할리 없다,

그럴듯한 투자와 그럴듯한 시스템은 도움을 요청하는 국민 앞에 무기력하게 돌아서고 말았다. 매우 나쁜 기상조건과 열악한 현장상황 때문에 정부의 힘이 못 미친다고 하는 것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간혹 외국에서 벌어진 재난사고에 대해서는 우리 관공서들이 마치 영웅적인 일을 도맡아 해낸 것처럼 내세우며 정부의 위엄과 국가적 존속과 존재성을 온갖 PR을 다 하더니 먼 나라 재난도 아니고 자국 앞바다에서 발생한 재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에 국민은 정부의 그간 업적이 의심스러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세월호 앞에서 실전은 없고 요식행위에만 가득한 우리정부의 태도는 피해자들을 두 번 황망하게 만들고 있다. 사방팔방 본부와 지휘부에서 조차도 자기네끼리 화합이 되지 않아 연일 사과문을 밝히고 다시 작전을 짜는 것이 지금 재난현장에 있는 것인지 재난관련 예행연습을 하는 것인 알 수가 없다. 온갖 지침과 발표만 난무하지 정작 살아 돌아와야 할 인명은 없다. 동물적 판단이 필요한 곳에 권위와 위치를 내세우는 공무원들로 가득 차 있으니 국민들에게 무능정부 무능 정권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없고 어디서 들은 풍월을 식견이랍시고 가진 자들이 대책본부를 지위하니 득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외신들이 기염을 토하는 것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 정부의 해양사고 대응책이 이 정도 였나며 비판과 비난을 해대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고위관료들과 정치세력들은 위험 수준에 이르는 말로 성난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확산시키고 있다. 재난 때마다 국민을 위한 제도와 행정은 없고 국민에 의한 공무원도 없는 우리 현실에 다가올 선거는 벌써 부터 갑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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