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권 저서]건강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기능
[조호권 저서]건강한 시민사회의 역할과 기능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4.04.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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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권 전 시의장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창조’라는 말이 요즘 유행인 것 같다. 광주시는 민선5기 체제에서 ‘창조도시’를 표방하면서 자주 접할 수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세운 ‘창조 경제’ 덕분에 너도나도, 이것저것에 ‘창조’를 앞세운다.
창조는 누가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발성에서 비롯된다. 창조적 사고와 경영과 참여를 주문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강제적이고 계획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창조를 강조하니 너도나도 없는 창조까지 만들어낼 기세다.

나는 창조라는 말과 가장 가까운 사이의 말이 시민사회라고 여긴다. 시민사회야말로 사회의 조화를 위해 수많은 대안을 창조하고 있다. 사회는 집단과 개인의 이해가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조정되고 통합되면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갈등과 대립도 때에 따라서는 더 없이 훌륭한 창조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경우다. 집단지성이야말로 창조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집단지성을 연구해 온 많은 사회학자들이 집단지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자발성이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유, 무형의 자산을 공유하고 기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창의성이다. 문제해결의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서로를 존중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고 한다. 셋째는 자율적인 규제이다. 다양한 지식과 다양한 이해가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목적을 향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 경제’에서의 창조는 어딘가 모르게 유신시대의 ‘새마을운동’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집단지성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위키피디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백과사전의 고정된 개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누구나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새로운 내용을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백과사전은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해 왔지만 지식을 전달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그 안에 담거나 보태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의 발달이 가져다 준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집단지성이 발현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이트와 각종 SNS가 그것이다.

온라인에서만 집단지성이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집단지성은 다양한 방법과 내용으로 발휘될 수 있다. 바로 시민사회가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운동은 1987년 6월 항쟁이라고 불리는 민주화대투쟁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 무렵의 시민사회운동은 비판과 감시, 견제를 통한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적 합리성을 추구했다면 이제 시민사회운동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정한 수준의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감시와 비판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대안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조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국가가 시민사회운동의 건강성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제도적으로 적극적이고 재정적으로도 투자가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시민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지방자치의 활성화, 혹은 진정한 주민자치의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시민사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집단적인 노력이 곧 시민사회운동이다. 바꾸어 말하면 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공동체와는 구별되는 것이 시민사회는 목적의식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같은 목적을 갖되,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행정과 의회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또 필요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하는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수록 지방자치도 더불어 발전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담당해야 할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많은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기능이 시민들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를 행정과 의회 곧 정치에 반영시키는 일일 것이다. 시민운동 역시 넓은 의미로 보면 정치운동이다. 법과 제도로 사회가 운영되는 법치국가에서 궁극적으로 시민운동의 성과도 제도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보다 발전적으로 대체하는 것도, 정치인을 비롯한 공공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하는 과정 역시 시민사회운동의 몫이어야 한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자성적 비판도 많다. 대표적으로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 그것이다. 시민사회운동 단체는 많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집단지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채 무늬만 시민운동단체인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시민사회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또 하나는 목표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가치 있는 목표와 목적’은 시민사회운동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목적이 처음과 달라지거나 그마저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점은 시민들의 참여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시민들의 참여를 줄어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은 시민사회운동단체에게 특히 강조되는 도덕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단체 스스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의 부족을 들고 있다. 시민사회운동은 사회의 변화보다 한 발짝 앞서는 자기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질서와 행정이나 정치집단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존재가치를 시민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창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분분에서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 못지않게 변화된 환경도 시민사회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이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민운동에 대한 직접적이고 다양한 탄압이 그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민사회운동에 이념적 덧씌우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 공교육 현장의 민주화와 참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그 많은 고통을 감내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마저 정부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노동기구의 권고내용마저 무시한 채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려고 하는가 하면 일부 언론에서는 좌편향의 대표적인 단체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탄압과 더불어 경제적 어려움도 시민사회운동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피폐한 서민경제는 시민들로 하여금 생계문제 외의 다른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되돌아보자. 지금보다 어렵고 암울했던 시절에도 우리는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섰고,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고통스럽고 경제적으로 어려울수록 시민사회운동이 해야 할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 어쩌면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새롭게 들어선 정부도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 여러방면의 과거회귀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성적 비판과 외부의 여러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는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직접 소통할 수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많은 문제점들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과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시민사회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지역 주민들의 직접 참여에 의한 자치 활성화를 발전시켜 가는데 더 없이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시민사회가 건강한 나라일수록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를 포함한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고 한다. 반대로 시민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그만큼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된다. 지방자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역의 시민사회가 건강하면 지방자치 역시 건강하고 활성화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방자치의 기능은 점차 민주주의의 뿌리 역할에서 멀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도 시민사회운동이 질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평생교육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평생교육기관은 운영하고 있으며, 그 교육 내용 중에는 ‘시민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시민의 건강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교육이다. 단순히 개별적 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의 성과가 참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역의 시민사회운동과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공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경우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는 특징 중에 하나가 지역사회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관계 맺기를 잘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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