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 -박석구-
강물을 푸른 은행잎이 되어 따라가는 아침
눈여겨보니 절정의 달개비꽃이 그리움을 보챈다
흐르는 것은 강물뿐이랴 이미 흘러간 밤이슬과
철없는 시절 가벼운 숨결 늦은 사랑 기침소리
결국 주위는 오직 적막으로 스며들어
내가 가는 길을 지켜보겠지만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풀잎들이 억세다
바다가 가까워지자 내 손이 풀잎이 되어 간다
(지송시회 동인지 『연푸른 그늘에 앉아』)
시인: 박석구
수필가. 시인. 2011년 『격월간 에세이스트』에 천료 되었으며 2013년 『에세이스트』 ‘문제작가’ 특집으로 다루어졌다. 2015 『문학에스프리』에 시가 당선되어 활동 중이다.
詩評 - 시인 강대선 -
시인은 ‘강물’을 따라 걷고 있다. 그 길목에서 ‘달개비꽃’을 보고 그리움에 물들다가 문득 흐르는 것은 ‘강물’이고 ‘밤이슬’이고 ‘철없는 시절’이고 ‘늦은 사랑’이고 ‘기침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흘러가는 것이고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흘러가고 남은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적막’이라고 말한다. 결국 ‘적막’만이 남아 시인의 삶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적막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인은 말한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풀잎들이 억세다”고 ‘바다’라는 삶의 완숙기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꿈꾸었던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지지 않겠는가. 억세어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시인의 마음은 “바다가 가까워지자 내 손이 풀잎이 되어 간다”에 잘 표현되어 있다.
시인이 꿈꿔 왔던 것은 ‘풀잎이 되어 가’는 일이다. 시인이 곧 풀잎이니 자연과 하나 되어 살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철없는 시절’을 흘려보내고 耳順의 나이에서야 고향인 영암에 돌아와 터를 잡은 시인의 순박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시인의 억센 손을 잡으면 정말 풀잎 냄새가 난다. 시인이 풀잎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