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열음 책을 펴내면서

삶은 소통이다. 소통(疏通)은 ‘물질이나 기호의 막힘없는 흐름’을 의미한다. 영어 communication이 정신적 소통을 의미한다면, 우리말 소통은 물질 자체도 포함한다. ‘함께’와 ‘나눔’은 소통의 핵심요소다.
더 이상 ‘나뉠 수 없는’ 존재 개인(in-dividual)의 삶은, 이들의 모임인 사회로부터도 나뉠 수 없다. 사람들의 삶은 다양한 종류와 방식의 물질적 정신적, 보이는 안 보이는, 직접적 간접적 만남들의 사회적 맥락에서만 생각되어질 수 있다.
‘나 중심주의’ 내지 ‘위 중심주의’가 우리들의 몸과 맘에 배어 있다. 때문에 일방과 강제 내지 폭력의 대부분은 안 보이거나 자연스러워 보인다. ‘나와 너’ 혹은 ‘위와 아래’ 사이가 ‘너무 나뉘는’ 혹은 ‘잘못 나뉘는’ 모습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나뉨 속에 함께해야 하는 삶이다. 그렇지만, 너무 나뉘고 잘못 나뉘는 속에 우리들의 소통크기, 만남크기는 한없이 작아진다.
무엇보다 ‘작은 소통크기’가 문제다. 소통과 만남의 일그러진 그물망 속에서, 자신들의 부조리한 실존을 운명으로만 여기며 마음속으로만 아파한다. 그러나 작은 세상크기에 많이 근거하는 개인문제들이다. ‘서로 다른 두 손의 맞-잡음’이 친구(友: )이고, ‘서로 다른 네 손의 맞-잡음’이 함께(共: )다.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함은 ‘소통하는 함께’, ‘친구적인 함께’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소통 열음’과 ‘인성 열음’은 서로를 전제한다.
서로 나뉜 개인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함께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삶에서, 다름을 보고 대하는 자세와 방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에 갇히고 같음에 붙들린다면, 다름을 옳게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갇힘, 붙들림을 넘어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반복되는 크고 작은 ‘소통 사건들’, ‘만남 사건들’의 크기와 모습, 그리고 그 원인이나 효과들을 더 보고 물으며, 더 캐고 드러내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갈 필요가 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잡은 붓(聿)으로 하는 말(曰)’이 텍스트이고 책(書)이다. 이 책은 일그러지고 소외되는 우리사회의 소통문화를 포괄적으로 묻고 성찰하며, 함께하는 삶에서 갖는 소통의 비중과 의미를 밝히면서,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소통크기를 키우는 계기를 열어 보고자 한다.
책의 구성은, 작은 소통문화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다각적으로 되돌아보는 2장, 그 원인들을 포괄적으로 고민해보는 3장,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들 만남과 소통을 중심으로 ‘나누며 함께하는’ 삶의 기초논리를 묻는 1장, 그리고 같음과 다름, 수직과 수평의 개념 쌍들로 작은 소통크기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담은 4장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2장과 3장이 좀 더 현실적인 색채를 띤다면, 1장과 4장은 좀 더 이론적인 색채를 띤다 할 것이다.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쉽게 쓰려고 애썼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들 행운을 가져왔다. 우리사회의 소외된 소통문화에 대하여 두루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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