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소리를 베고 자다 - 김미순 -
나무들은 안다
하늘은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를
가슴에 안고 산다는 것을
물이 흘러 흘러가며 일러주고 가네
등 굽은 소나무 세 그루 밤새워 물소리 지켜
어제 저녁을 오롯이 노래로 만들고
빗살무늬 햇살 속에 잠시 머문 초록 시간
축축한 마음 모두 꺼내어 말려 가면 좋으리
바싹 말려주고 싶은 바람 가볍게 따라가도 좋으리
생의 여정
그렇게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시인: 김미순
『문학과 의식』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나옴. 국제펜클럽한국본부회원. 시집 『선인장 가시 그 붉은 꿈』 외 8편. 현재 해운대문인협회에서 활동 중. 『시인과 낙타』 동인
詩評 - 시인 강대선 -
시인이 누워 있는 곳으로 물 흐르는 상쾌하게 들려온다. 이 소리 안에 시인은 ‘뿌리’에서 부터 올라오는 내면의 소리를 감지한다. 시인이 감지한 뿌리의 소리를 따라가 보자. 시인은 자신을 ‘등 굽은 소나무’라고 인식한다.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특별히 잘난 것도 없지만 시인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 왔노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는 것이고, 이런 겸손의 자세로 “어제 저녁을 오롯이 노래로 만들” 어 왔노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이 흐르듯 인생도 흘러가니 그 가는 동안 시인은 “축축한 마음을 모두 꺼내어 말려”가고도 싶고 “바람 가볍게 따라가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흐르는 물처럼 헛된 욕심에 얽매임이 없다는 말의 다름 아니다. 물소리를 베고 누운 시인의 사념이 맑고도 투명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