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된 콩알 - 박래흥 -
땅끝 할매가 금남로 아스팔트에 흘린
콩알 하나 주워서 무등골 심어 놓은
김준태
시인은 생명의 존엄성을 노래했고
섬진강 강촌마을 콩 타작 할 때에
콩알 하나 쥐구멍 들어가 안타까운
김용택
시인은 심금 울린 시를 썼는데
꼬부랑 어머니가 가져오신 우리 집
콩알은 방구석 여기저기 굴러다녀도
생명의
소중함 몰라 시가 되지 않구나!
체험의 땀방울 잘 꿰어야 보석 되 듯
고상한 시어들을 무수히 나열해도
영혼의 울림 없으면 시가 되지 않구나.
『창작산맥』 겨울호
시인: 박래흥
『문학예술』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이사. 시집으로 『시를 쓰는 꽃』
詩評 - 시인 강대선 -
김준태 시인은 「콩알 하나」시를 썼고 김용택 시인은 「콩, 너는 죽었다」는 동시를 썼다. 생명과 동심이 살아 있는 시를 읽고 시인의 자탄이 흘러나온다. ‘나는 왜 저런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일까.’ 솔직한 자기 고백 뒤에 시인은 시를 쓰는 이 시대의 시인들에게 묻는다.
진정한 시가 무엇인가요? 알 수 없는 단어들, 고상한 시어들을 쓴다고 시인가요? 내가 생각하기엔 “영혼의 울림이 없으면” 그게 시 같지가 않아요. 그러니 시인이 갈구하는 시란 시인의 삶과 체험이 잘 우러난 보석 같은 시일 것이다.
그런‘영혼의 울림’이 있는 시를 쓰기 위해 시인은 오늘도 늦은 밤 시를 붙들고 있을 것이다. 예부터 시를 짓는 일은 ‘즐거운 괴로움’이라고 했으니 이 또한 시인의 몫이다. 시인에게 영감을 부어 줄 콩알이 또르르 굴러올지 또 누가 알겠는가. 시인의 괴로운 엄살(?)이 즐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