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길섭詩] 용서
[변길섭詩] 용서
  • 윤일선
  • 승인 2016.06.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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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낙타, 변길섭 시인 '용서'

       

               

                        용서              - 변길섭 -

 

그래

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래도 걸렸구나

 

닳고 닳은 시간의 껍데기만 무성한

정원

서성이던 굴뚝새 한 마리

푸드득

파란 하늘에 젖어 들고 있다

 

『순천문학』 2016 봄.

시인: 변길섭

전라남도 장흥 출신. 2007년 문학예술 신인상으로 등단.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여자고등학교와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 2013년 정년퇴임함. 시집 『잡초를 뽑으면서』

詩評 - 시인 강대선 -

생전 김수환 추기경 말씀에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 년이 걸렸다.’고 하셨다고 한다. 시인 또한 “그래/여기까지 오는데 참 오래도 걸렸구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 작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 많이도 달려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다.

그리고 깨달음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들을 “닳고 닳은 시간의 껍데기만 무성한/정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용서하지 못했던 마음이 닳아지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오랜 시간의 닳아짐으로 마침내 ‘굴뚝새’로 대변되는 시인의 마음이 “파란 하늘에 젖어 들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시인을 구속하고 있던 앙금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리니 시인은 이제 자신을 가두는 옥쇄에서 해방된 것이고 비로소 푸른 하늘에 젖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여기인(文如其人) 즉,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으니 시인의 오랜 닳아짐 끝에 도달한 파아란 하늘에는 어떤 사심도 없음을 알겠다.

시인이 말하는 용서가 다른 이들을 향한 용서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용서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에 더러움이 묻어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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