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

맨발 - 허형만 -
미얀마에서는 파고다에 들어설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부처님 앞에서
맨발이어야 한다
맨발처럼 가장 낮은 마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지상의 고독, 지상의 슬픔도
모두 맨발보다 더 위에 떠도는 것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공처럼 구부려야
따가운 지상과 입 맞추는 맨발이 보이느니
맨발은 자신이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존재임을 안다
맨발은 자신이 저 세상으로 건너가는
가장 순수한 영혼임을 안다
『밍글라바 미얀마』 절기시회 기행시집 중에서
시인: 허형만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불타는 얼음』,『그늘이라는 말』,『영혼의 눈』 『가벼운 빗방울』 등 15권. 현재 목포대 명예교수. 국제펜한국본부 심의위원장.
詩評 - 시인 강대선 -
‘밍글라마’는 우리나라의 ‘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미얀마의 인사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고다’는 탑 모양으로 높이 지은 불교 사원을 이르는 말이니 시인은 미얀마의 불교 사원에 맨발로 들어선 것이다.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낮아지는 자세를 ‘맨발’이라고 말하며 “지상의 고독”과 “지상의 슬픔”도 맨발 위에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공처럼 구부려야” 맨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시인의 맨발은 무엇인가. 바로 겸손이다. 시인이 자신의 맨발을 바라보며 느낀 것은 나란 존재의 깨달음일 것이다. 문득 「맥베스」의 5막 5장이 떠오른다. “사람살이는 걸어다니는 그림자,/ 불쌍한 광대, 무대 위에서 한껏 재보고 큰소리쳐도/ 종치면 끝장이다.
천지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리와 노여움은 요란하지만/ 의미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을 마감하는 종이 울리면 우리는 생의 무대를 내려와야 한다. 예외는 없다. 그러기에 시인은 우리는 삶에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맨발이 되어 빛과 소리의 신비, 만남의 신비, 은총과 자비의 신비에 감사하며 ‘너무 좋아서 미울 정도의 한 방울의 시’를 찾아 우주 속을 날고 있을 시인에게 나 또한 손을 모으며 ‘밍글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