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봉기詩] 감나무와 아버지
[유봉기詩] 감나무와 아버지
  • 윤일선
  • 승인 2016.06.0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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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낙타, 유봉기 시인 '감나무와 아버지'

[한국시민기자협회 뉴스포털1 윤일선기자]

            감나무와 아버지  - 유봉기 -

내 어릴 적

아버지는 마당 한쪽에

키 작은 감나무 한 그루 심으셨다

내 키만큼 작았던 그 감나무를 보며

감이 언제쯤 열릴지 몹시도 궁금했던 나

 

몇 해가 지나자

감나무 키는 내 키를 넘어서

하늘만큼 높아만 간다.

훌쩍 자란 감나무에

주렁주렁 감이 열렸다

 

가을 햇살이 나른한 오후

나무 위에 올라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감을 하나씩 딴다.

큰 소쿠리 가득 담긴 주홍빛 감을 보며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오래전 떠나온 나의 옛집

우연한 기회에 그곳을 찾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감나무는 나를 보고 웃는다.

 

아버지도 나도

그곳을 떠나고 없는데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감나무

반갑구나, 고맙구나.

넌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구나

 

시인: 유봉기

2015 『현대시선』 신인문학상. 동인시집 『바람 머문 자리』 등 꾸준하게 시작활동을 하고 있음.

詩評 - 시인 강대선 -

감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초와 같은 나무이다. 그래서 감나무는 가족처럼 다정하고 친근한 대상일 것이다. 이 시에서도 감나무는 시인과 아버지를 연결시켜주는 매개물로 등장한다. 또한 감나무는 아버지와 내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다.

“키 작은 감나무”와 “키 작은 나”는 아버지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있으며 그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나는 그 감나무에 올라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감을 하나씩 딴다”고 말한다. 시인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감나무의 추억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다.

아버지의 사랑. 시간이 흘러 시인이 다시 찾아간 옛집에는 아버지도 없고 예전의 나도 없다. 있는 것은 아버지와 나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감나무뿐이다. 하지만 고맙게도 감나무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서 감나무는 내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아버지의 사랑에 닿게 해주는 존재이다. 아버지는 지금 여기에 없지만 감나무를 통해 시인은 아버지를 되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영원히 시인의 가슴에 살아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이고 시인이 복원하고자 하는 것 또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다.

시인의 시 “보고 싶어서/꼭 듣고 싶어서/한 번쯤 찾아오실 것 같아/꿈에서라도 /눈물로 새기던 당신의 이름/하늘에 고백하는 아버지”(「오래된 기억을 찾아」)에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엿볼 수 있으며 “사랑이라는 그물을 깊은 곳에 던져/당신이라는 마음의 물고기 듬뿍 끌어올린다.”(「만선」)에서도 나타나 있다. 시인처럼 아버지가 그리운 날에는 웃고 있는 감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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