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달과 기기의 보급으로 우리는 일상을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역할도 동시에 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순간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구입한 물건의 종류와 시간과 금액은 마트의 경영에 필요한 소중한 정보로 활용된다. 정보통신 기기의 특성은 주고받는 모든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저장된 정보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빅데이터’의 가치와 활용은 화두가 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기업에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되어 왔다. 지금은 많은 국가와 도시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책을 입안하거나 자료로 활용하여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빅데이터’란 데이터의 생성주기와 양, 그 형식과 내용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로는 수집, 저장, 관리, 분석이 어려울 만큼 규모가 큰 데이터를 의미한다. ‘엄청난 속도로 생성된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지칭하던 ‘빅데이터’라는 용어는 이제 그 단계를 넘어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모든 행위는 물론, 연관된 산업과 공공영역의 활동까지를 포괄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
나는 여기서 빅데이터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가와 도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살피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의 지방자치구조는 예산과 권한이 국가, 혹은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사회의 현실은 기초자치단체가 떠안아야 할 복지수요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턱 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아직 이른바 보편적 복지의 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의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빅데이터 활용 사례가 그 방법 중에 하나임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우선 빅데이터의 활용가치와 경제적 효과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보고서와 자료들이 생산되어 많이 있고 전문가가 아닌 내가 살피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의 활용가치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함으로써 빅데이터가 기초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비롯한 자치활성화에도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해보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서 발간한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의 활용 시나리오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있다. 이상 현상(異象現狀-특수한 현상) 감지, 가까운 미래의 예측, 현 상황의 분석이 그것이다.
첫 번째의 이상현상의 감지는 업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의 기록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패턴을 도출하고 이를 기초로 새로운 업무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이것의 이상현상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자신용카드사는 카드 부정사용방지를 위해 이 기술을 활용하였고, HP(휴렛팩커드)는 시스템 로그를 이용한 패턴 분석으로 내부 부정행위를 발견하기도 했다.
두 번째의 활용가치인 가까운 미래의 예측이 지방자치활성화와 복지정책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아주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빅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하여 가까운 시간 안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여 보건 의료를 비롯한 사회안전망과 범죄예방 등의 사회치안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대형사고가 일어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면 그 사고의 원인으로 ‘인재’라는 원인분석이 뒤따르지만 이 역시 사후약방문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고는 예방이 중요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고와 범죄의 예측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유용한 것이 없을 것이다. 자연재해나 대형시설의 붕괴 등은 필요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상당한 역량과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지역의 범죄현상을 예측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의 내용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의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카운티에서는 범죄자의 행동패턴 및 점포 영업시간과 같은 환경요인과 범죄 발생과의 관계를 분석하여 범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를 찾아 그곳에 경찰력을 집중함으로써 범죄 발생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활용도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2,200만 명의 퇴역군인들에 대한 임상적, 유전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널리 알려진 사례이지만 구글은 독감과 관련된 검색 데이터를 집계하여 독감유행예상수치를 제공하고 있다. 이 수치는 보건기구의 공식 데이터와 상당한 일치를 보였으며, 보건당국이 수치를 생산하는데 2주일의 시간이 걸린데 비해 구글은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빅데이터의 효용성을 입증해준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좀 더 기술적 측면을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충동을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고 한다. 이 점에 착안하여 자살예방센터와 일선 학교, 그리고 신경정신과 병원 등의 기록을 종합하여 위험군에 속하는 대상자를 선별하고 이들이 사용하는 SNS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면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하겠지만 이러한 정보는 개인의 신상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정보의 활용범위와 관리를 철저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활용가치인 현재 상황분석의 효용성은 지역 주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편익제공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2013년 서울시가 심야버스를 도입하면서 빅데이터를 사용한 예가 있다. 서울시는 심야버스 노선을 결정하기 위해 심야시간에 발생한 30억여 건의 통화 데이터와 택시 승하차 50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반영했다.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해 도시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성과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차원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으며, 우리나라도 2011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정부 구현’의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2012년 4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주도로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을 발족하여 빅데이터의 공적활용을 모색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보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의 활용사례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용의 정도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준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법과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데이터의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선결될 때 지방자치단체도 통합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게 될 것이다.
아직 법과 제도는 물론, 시스템과 전문 인력의 수급 등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미 앞에서 제시했지만 서울시의 경우처럼 필요한 분야의 정보를 선별적으로 활용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빅데이터를 분석, 가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수급하는 것과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별 정책을 선별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 북구의 경우 전남대를 비롯한 대학교육 기관과 연계하는 한편,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여 관, 학, 민 협력 체제를 구축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행정은 공공데이터를 제공하는 한편, 우선 필요한 정책과제를 선별하여 제공하고, 대학 및 연구기관은 데이터 분석 및 가공에 필요한 전문 인력 및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민간 기업은 과제별 정책실행을 대행하는 등의 역할을 분담하면 적은 예산으로 운용이 얼마든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한 모범적 사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과제로는 아직 기초자치단체가 별도의 세목을 만들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세원을 찾는 것보다 지방세의 세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과 탈세방지와 미납세금을 효과적으로 징수할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공원이나 문화회관,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정비하는데 데이터 분석결과를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직접적인 행정의 효용성 외에도 교육청과 연계하여 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공동관심사를 찾아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공동체의 의제를 추출하는 것과 경찰서와 연계하여 지역의 치안안전망을 구축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노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생산적 복지체제를 구축하는데 빅데이터가 활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복지제도는 맞춤형이기 보다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일방형 시혜의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규정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인 복지수혜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 복지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의회 의원과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그런 사례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개인적인 수준에서 방법을 찾아 도움을 주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복지수혜 대상자들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생계의 위기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확인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연구와 검토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복지제도의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정해진 예산으로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빅데이터는 유용한 해결책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노인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생산적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정책의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장의 프로슈머와 공유경제를 정리하면서 자세하게 서술하겠지만 공공근로나 사회봉사에 준하는 일자리 외에도 노인들 중에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사회공적 활동에 재능도 보태고 생계도 해결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찾는 작업에 빅데이터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지역에 소재한 학교의 체험학습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 중에 동네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알고 있거나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연계하고, 이미 시도되고 있지만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안내 및 해설사의 역할과 민박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정보통신 기기를 떠나서는 하루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정보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정보는 이처럼 유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구글은 미국 정부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로 2,2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뒤이어 프랑스에서도 구글을 상대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개인의 정보가 쉽게 노출되거나 수집되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정보화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더구나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확장되면서 빅데이터에 대한 분석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활용방법이 모색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단순한 몇 가지 정보가 다른 데이터와 결합되어 추론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어디에 살고 있으며, 혼자 살고 있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등의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정보들이 기업의 무분별한 마케팅에 활용되거나 심지어 범죄의 대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개인정보가 사용하는 정보통신 기기가 다 다를 수 있고, 시기별로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공개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잘못된 처방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빅데이터가 지방자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보의 수집, 분석, 가공 과정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전제되어야 하고,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활용 주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하게 적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는 지방화 시대에 가장 유용한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직적 위계에 의한 질서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그 구슬을 제대로 꿰어서 보배로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실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자치단체장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조호권 시민이 믿는 행복한 변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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