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목소리 -김철수-
밤은 수천의 눈동자로
내게 말을 걸어온다
볕 아래 뜬 눈으로
미처 찍지 못한 마침표가
붓 끝에 대롱이는
먹물로 남아
어디로 낙하해야 할지 몰라
숨을 고르는 동안에도
밤은 볕 아래서
나를 바라보던
그 여전한 목소리로
간절히 내가 말을 걸어온다
창문의 치맛자락
애꿎게 들추던
바람의 욕망과
그 바람의 옷깃 붙잡는
햇살의 헛기침을
한 호흡에 담아
묵직한 목소리로
나의 고단한 하루를
가만 가만 토닥이는
밤 너머로 빛나는 별들 사이로
나는 또 하나의 별을 본다
시인 : 김철수
월간 『한국문단』 등단. 문학치료사. 사) 녹색문단 이사. 사) 더 아시안 이사. 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 이사.
詩評 - 시인 강대선 -
시인은 삶에 대한 명상에 충실한 자이다. 시인의 명상을 따라가 보자. 시인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수천의 눈동자가 말을 걸어오는 것을 듣고 있다. 고요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밤의 눈동자처럼 빛나는 수 천 수 만의 별들이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이 별들은 시인에게 “볕 아래 뜬 눈으로 / 미처 찍지 못한 마침표”들이다. 소음으로 분주한 낮에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디로 낙하할지 몰라/ 숨을 고르는 동안” 시인은 간절히 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별들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밤에 볕으로 표현된, 시인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다. 시인의 인생은 “창문의 치맛자락/ 애꿎게 들추던/ 바람의 욕망과/ 그 바람의 옷깃 붙잡는/ 햇살의 헛기침” 으로 형상화 되어 있듯이 ‘욕망’과 그 욕망을 향해 가는 ‘헛’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이 ‘욕망’과 그 욕망을 향한 ‘헛’ 것들로 고단한 삶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단한 시인의 생을 “가만 가만 토닥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은 “밤 너머로 빛나는 별들 사이로/ 나는 또 하나의 별을 본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에게 말을 걸어오는 별들 사이에서 시인이 추구하는 또 하나의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별은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이자 사랑이며 또한 구원으로 이끌어 줄 절대자일 수도 있겠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시인 자신이다.
시인은 ‘본다’고 말한다. 별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곧 별이다. 시인의 눈이 ‘욕망’도 ‘헛’ 것도 없는 고요한 별의 언어로 충만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윤일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