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숙형詩] 무인도無人島
[조숙형詩] 무인도無人島
  • 윤일선
  • 승인 2016.03.09 1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과 낙타, 조숙형 시인 '무인도無人島'

       

            

                  무인도無人島         -조숙형-

 

바다는 안다

 

속세를 떠나 수행하는 암자의 선승처럼

태고부터 내 조상 대대로

바다와 함께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창공을 나는 날개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은빛 고기들의 꿈을 다독이며

적막한 이불 속에 파묻혀 잠들다가

 

종종 바람인 듯 스치는 말씀

-절대로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마라

알 수 없는 악연의 고리들

 

욕망의 세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고독과 함께 사는 내 이름은

무인도無人島

 

시인: 조숙형:

1993년 『문학공간』, 2012년 『열린 시학』으로 등단. 한국문화우수예술상. 광주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붉은 카펫』이 있다.

 

詩評  -시인강대선 -

 

시의 장소는 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시적화자가 지향하는 장소를 한번 따라가 보자. 시인이 지향하는 ‘무인도’는 “욕망의 세상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인데 시인은 이 ‘무인도’를 시인의 이름이라고 명명한다. 무인도가 곧 시인인 셈이다.

유치환 시인이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생명의 서」)에서 말한 ‘사막’의 공간도 스스로를 지키고자 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와 같은 세상과의 대결의식은 어디서 오는가. 다름 아닌 고독에서 온다.

다시 유치환 시인의 시로 돌아가 보자.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생명의 서」)에서도 고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시인의 ‘고독’은 욕망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의 올곧음을 세우는 싸움일 것이다. 속세를 떠나 수행하는 암자의 선승처럼 고고한 시인의 정신이 ‘무인도’에 고스란히 담겼다.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윤일선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