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판석詩] 높이 오르면
[박판석詩] 높이 오르면
  • 윤일선
  • 승인 2016.03.0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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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낙타, 박판석 시인 '높이 오르면'

                

                 높이 오르면        -박판석-

 

 

 

팔천 고지 히말라야에 오르면

 

고지 아래 엎드린 산봉우리들만 보이고

 

삼만 오천 피트 아시아나 항공에서 내려다보면

 

아시아는 없고 흰 구름만 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 높이 오르지 말자

 

땅 딛고 살아가는 꽃들과

 

벌레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인: 박판석

『문학예술』, 『시와 사람』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원탁시회 동인. 국제 PEN광주지역위원회 회장. 시집으로 『새벽산길』, 『도토리 열매 속에는 큰 산 하나 들어간 산다』가 있다.

詩評 - 시인 강대선 -

‘문여기인文如基人’ 즉 글은 그 사람과 같다는 말이다. 무심히 내뱉는 말 속에 이미 그의 인생관이나 처세의 방식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팔천고지 히말라야에” 올라 “고지 아래 엎드린 산봉우리들을” 보거나 “삼천 오천 피트 아시아나 항공”에서 “흰 구름”을 볼 때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쾌함을 느끼거나 감탄을 쏟아놓기에 바쁠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만’이라는 조사를 통해 시인이 추구하는 뜻이 여기에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즉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시인의 뜻은 크고 웅대한 그 무엇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땅 딛고 살아가는 꽃들”과 “벌레들의 숨소리”에 닿아 있다.

바로 시인과 함께 땅 딛고 살아가는 ‘꽃’과 같은 이웃들과 ‘벌레’로 형상화 되어 있는 생명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웃들의 소소한 웃음과 생명의 숨소리와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시인은 “너무 높이 오르”기 보다 한사코 낮은 데로 임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봄은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부터 오는 모양이다. 시 속에 시인의 삶과 철학이 얹혀졌다. 꽃 피는 봄날에 시인을 만나 막걸리 한 사발 기울여야겠다.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윤일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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