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름다운 정년(停年)
[기고]아름다운 정년(停年)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3.09.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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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요즘 우리 주변에는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정년을 하고 직장에서 물러나 은퇴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인간수명이 엄청 늘어난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정년후에 보장된 연금혜택이 더 부추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저 수십년을 외길인생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국가에서 연금을 통한 시혜를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노후를 편안히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복지가 잘 되어 있다는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정된 노후대책이 사람에 따라서는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슨 뜻이냐면 인간의 삶은 겉모습 못지않게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다시 말하면 사람에게는 무언가 일이 주어질 때 비로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얘기이다.

수많은 통계자료에도 나타나듯이 직장에는 정년이 있을 수 있지만 인생에는 정년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이 일 없이 놀고 있으면서 오늘도 내일도 매일 ‘쉬는 날’이라고 했을 때 그가 받는 스트레스는 얼마나 될지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고는 아마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까지 말하고 있지 않던가.

여기서 우리는 각자의 삶의 모습을 한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삶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러한 무탈(無脫)이 나로 하여금 인생의 허무와 허탈감으로 까지 연결되고 있지는 아니한가. 만약 그렇다면 무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이 옳다. 일 없는 것처럼 피곤한 사실이 어디 있는가. 일 없이 노는 것은 쉬는 게 아니다.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때만이 진정한 ‘쉼’이 되는 것이다.

나 역시 한 때 위암수술 끝이라 핑계대고 1년여를 일손을 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새롭게 느꼈던 것은 세상이 내게 일거리를 주는 것처럼 고맙고 감사한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렇다. 우리의 일생은 일과 함께 가는 것이다. 일없는 사람은 마치 배가 망망한 바다에서 나침반을 잃은 것이나 다르지 않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한 쌍둥이 자매가 출연해 자신들의 삶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들은 참으로 묘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초,중,고,대학을 같은 학교를 함께 다녔을 뿐만아니라 직업도 똑같이 교사가 되고 교장이 되었으며 정년도 함께 한날한시에 했다는 것, 요즘엔 또 기타를 들고 노래하는 동호회를 만들어 여기저기 복지회관을 찾아가 노래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일상에는 바로 자신들이 주인공으로 삶을 계획하고 일거리를 만들면서 재미있게 꾸며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행복한 삶이란 역시 마침표가 없다. 인생을 보다 더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불행이 끼어들 틈새가 없다. 삶의 무기력함이나 우울증 같은 부정적 요인들도 더욱 침투하지 못한다.

나는 평소 인생은 재미와 의미 그리고 보람을 강조해 왔다. 무엇보다 삶이 재미가 있고 의미를 추구한다면 반드시 보람이라는 보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 나의 인생철학이요 신념이다. 그런데 금년 초부터 제주에 내려가 힐링을 하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재미있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재미있게 사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인생의 의미이자 보람이라는 사실을 통찰하게 된 것이다.

인생은 재미와 의미, 보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상의 생활을 순간순간을 재미있게 살다보면 그것이 바로 삶의 의미요 행복이다. 재미있게 사는 것이 바로 요즘 흔히 말하는 ‘웰빙’이요 ‘웰다잉’이 아닐까 한다.

이제부터라도 재미없이 살지 말자. 무엇 때문에 서로 스트레스를 교환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재미없는 관계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본래 몰랐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리 못할 것도 없다. 물론 인생이 참을 인(忍)자 인생(忍生)이긴하나 서로 배신 운운하면서 질질 끌려가는 인생을 사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삶이 아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정년(停年)은 보다 강단지고 세련된 인생이다. 자고로 인생은 육십부터 시작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동안의 삶의 지혜를 모두 발휘해서 지고지순한 이순(耳順)의 삶을 살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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