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시카고
  • 유지엽 시민기자
  • 승인 2013.06.1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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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부패함이니 인간 내면의 고독함이니 뭐니 극의 느낌이 비 오는 날, 엄청시리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를 본 듯 어두워 보이지만,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던지 간에 뮤지컬 시카고는 쇼 뮤지컬이다.

즉, 쇼 뮤지컬이 선사하는 음악과 퍼포먼스들은 극 안에 내재된 모든 어둠을 상쇄시키는 데에 일조하니 겁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무대 중앙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14인조 빅밴드의 음악과 인물들의 재즈댄스는 뮤지컬 시카고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 뮤지컬 시카고의 한국 초연 이래로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칼린 음악감독의 존재감은 뮤지컬 광고 중 유일하게 음악 감독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한다는 것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당시 시카고 사회의 모습을 재현하는 어떠한 무대 세트 없이도 과감히 시대를 그려내는 음악의 힘과 드문 드문 극의 인물로 등장하여 관객과의 친밀감을 유도하는 가장 대중적인 음악감독의 조화는 한국에서 안정감 있게 롱런하고 있는 몇몇 라이선스 뮤지컬 중의 하나인 시카고의 뿌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

무대 정면에서 보이는 트럼펫, 트롬본 등의 브라스와 더불어 작품에 녹아있는 온갖 재즈의 요소를 끄집어내는 재즈댄스 역시 눈 여겨볼만하다. 뮤지컬 시카고를 가장 섹시하고 뜨거운 작품으로 칭하는 근본적 원인을 지니고 있는, 걸친 것이 걸치지 않은 것보다 적은 인물들의 몸짓이 전혀 외설스럽지 않고 고급스럽게까지 보여지는 이유는 그들의 심플한 블랙 의상도 한 몫 하지만 리듬에 맞추어 추는 재즈 라인댄스의 덕이 크다. 절제되고 모던하면서도 때로는 빠른 리듬에 맞춘 스윙을 구사하는 그들의 군무는 화려한 세트와 조명 없이도 극을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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