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병에 형제들도 생이별"
"가축병에 형제들도 생이별"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1.02.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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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구제역 이산가족들의 '牛울한 설 명절'

'청정지역' 유지 위해 고향방문 자제 요청"4년만에 8남매 다 모이기로 했는데" 푸념 하루빨리 일상회복 고대하며 방역 구슬땀

"4년만에 8남매 가족들이 다 모일 수 있겠구나 했는데, 혹시라도 구제역을 옮길까봐 오지 말라고 했더니 마음이 영 서운하네요."

민족 최대명절이 설이 다가왔지만 두달 째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구제역 때문에 때 아닌 이산가족이 발생하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전남 축산농가가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가족·친지들의 고향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

6개의 양돈농장이 있는 순천시 월등면 송촌리 마을을 1일 찾았다. 마을 초입부터 출입제한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전 허락을 얻은 취재진 역시 농장 출입구에 마련된 소독박스에 들어가 스프레이 방역을 받고 소독복을 입은 뒤에야 취재가 가능했다.

이 마을에서 2천5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김동철(54)씨도 장남인 자신의 집으로 모여드는 형제와 조카들을 이번 설에는 방문을 말렸다.

물론 그동안 8남매인 김씨의 형제들은 서울과 대전 등 전국 여러 지역에서 흩어져 살고 있어 수년째 같은 날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설에 형제들 모두가 김씨 집에서 한꺼번에 얼굴을 보기로 했었던 터라 아쉬움이 더 컸다.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구제역이 아직까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김 씨는 며칠 전부터 형제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고향 방문을 말렸다.

김씨는 "8남매가 한자리에 모인지는도 벌써 4년이나 돼 이번에는 꼭 보기로 약속했는데…"라고 아쉬워 한 뒤 "구제역이 명절 때 형제들 얼굴도 못보게 한다"며 푸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설과 추석에는 서너명의 동생들 가족만 해도 20여명이 넘어 명절 느낌이 났다"며 "그런데 하필 모든 형제가 모이기로 한 이번 설을 앞두고 구제역이 발생해 동생들과 조카들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서운한 감정이 새록새록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식같이 키운 돼지들이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매몰되는 것은 도저히 못볼 것 같아 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위해 매일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며 "동생들도 구제역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막상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더니 서운함이 가득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번 명절에 만나지는 못하지만 동생들이 올해도 아픈 곳 없이 늘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잘 풀렸으면 한다"며 "조카들도 토끼해를 맞아 토끼처럼 현명한 아이들로 자라길 바란다"고 덕담을 대신 전했다.

김씨는 농장 내부 미생물 방역을 준비하며 "설에는 못 모이지만 구제역이 끝난 후 주말에 모두 모이기로 했다"며 "그 때는 여기서 잡은 맛있는 고기를 대접할 수 있도록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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