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쇼핑을 위해 시내 번화가를 찾았습니다. 무더위에 거리를 걸으며 가게를 지나칠 때마다 아~시원하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문턱을 들락날락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눈에는 가게문을 활짝 활짝 열어 놓고 에어컨을 틀고 있는 가게들이 보였습니다.
순간 블랙아웃의 공포가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가게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일은 서울 명동 가게들의 이야기인줄로 알았고, 중소 도시의 상가에서 조차 편리한 쇼핑과 영업을 위해 문을 열고 에어컨을 트는 가게들이 많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잠시 자리에 서서 이런 가게들 사진을 찍었는데 그 자리에서만 수십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콩쥐팥쥐 전래동화에 나오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이런 경우가 아닐까요? 전력생산기술과 능력이 아무리 훌륭한들 중소도시부터 대도시까지 전국의 거리를 시원하게 하려면 얼마큼의 전기가 필요할까요?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에너지 부족을 불안해 하며 편리한 생활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은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생활의 불편함을 담보로 하는 절약수칙은 잘 지켜 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여름의 무더위를 참고 견딜게 아니라 어렵게 만들어 낸 냉기를 더운 여름날씨에 그대로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낭비되는 전기만 살려도 블랙아웃의 공포나 법정 실내 적정 온도 유지로 쾌적하지 못한 쇼핑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원하고 편한 쇼핑을 하는 소비자는 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 시원하고 편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친절함으로 가게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