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값 천정부지·전기세 걱정 한숨
전기장판도 한기 가시기엔 역부족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마다 겨울나기가 힘든 일이지만, 올해는 유독 힘에 부치고 감당하기가 버겁네요."
연초부터 매서운 한파가 연일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생계난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가정에서는 연일 오르기만 하는 뜀박질 물가에 전기세 마저 감당하지 못해 냉기 속에서 잠을 청하는 등 겨울나기가 힘겹기만 하다.
한파가 절정에 달한 지난 17일 오후 2시께 광주 남구 서동 조모(76)할머니의 집.
8㎡(2.5평)남짓한 단칸집에는 조 할머니와 7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병에 시달리는 큰 아들(53) 등 세 식구가 살고 있다.
한낮인데도 안방의 이불 위로 차디찬 냉기가 스며 올라왔다.
중풍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 때문에 24시간 전기장판을 켜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기세를 걱정해 저온에 맞춰 둔 상태였다.
올해는 그나마 남구청에서 조 할머니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연탄 600장을 지원해줘 하루에 4장의 연탄을 태우고 있지만 방의 한기를 가시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 할머니의 걱정은 난방비 뿐만 아니다.
중풍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병약한 아들을 대신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던 조 할머니는 최근 심장병이 악화되면서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 할머니는 의료 지원비 명목으로 한달에 15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가족들의 약값을 제외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고작 2~3만원.
막막한 겨울나기에 정부 지원을 받고 싶어도 막내 아들이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을 다니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도 힘든 실정이다.
막내 아들은 직장에 다니지만, 역시 형편이 어려워 조 할머니의 시름은 깊기만하다.
조 할머니는 "남편은 7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데다 큰 아들은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크게 다쳐 겨우 겨우 폐지를 줍는 것으로 생활왔는데 최근 심장병이 악화돼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막내 아들도 형편이 어려워 손을 벌릴 처지도 못된다"고 막막한 사연을 소개했다.
인근에 다른 저소득층 가정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인 박모(84)할아버지는 기초수급비와 국민연금으로 매달 26만원을 받고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아내와 생활을 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뇌졸중을 앓고 있는 박 할아버지는 아내의 병원비로만 한달에 10여만원이 사용되고 교통비와 전기세 등을 제외하고 나면 늘 생활비 걱정이다.
다행히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올해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단 한차례도 보일러를 가동할 수가 없었다.
유일한 난방수단으로 전기장판을 쓰고 있지만 스며드는 한기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박 할아버지는 "한파가 지속되면서 아내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돼 아내가 잠이 들때면 항상 배 위에 손을 올려놓는 습관마저 생겼다"며 "복지단체에서 가져다주는 도시락 두개로 끼니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굶거나 라면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대부분의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매달 지원되는 돈이 한정된데다, 한파까지 겹쳐 겨울나기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하루가 막막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등일보 김건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