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서보원(32, T12) 씨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들어오는 '2023 서울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3시간 23분 6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11월에 도전한 첫 풀코스 '2022 JTBC 마라톤'에서 작성한 4시간 3분을 40분 단축한 개인 최고 기록이다.
기자는 서보원 씨와 가이드 러너 김용정(45,빛나눔동반주자단) 씨가 함께 뛴 서울마라톤이 궁금해 지난 22일 서울마라톤 기록 단축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 등 묻는 질문 메시지를 보냈다.
▶ 서보원 씨가 마라톤 후기 형식으로 보내온 메세지
나는 밖에서 활동하고 신체를 사용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친구의 추천으로 vmk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vmk를 소개받고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약 7년동안 마라톤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기록단축과 같은 눈에 보이는 성취감이 좋았다. 그 성취감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나왔기 때문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기를 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5~6년 정도 달리기를 하면서 10k 대회는 수없이 완주를 하였다. 반면에 하프 코스 대회는 3번정도 참여했지만 완주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었다. 항상 하프코스 후반부에 무릎이 아프고 몸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3~4개월정도 여유롭게 풀코스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나의 건강상태가 점점 호전되고, 업무 환경으로도 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준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3개월 동안 30km 넘는 장거리주 연습, 4시간 정도 꾸준히 달리는 시간주, 2번의 하프코스 대회참가와 같은 훈련을 통해 차근차근 풀코스 준비를 하였다. 이런 훈련들을 거치면서 풀 코스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그대회가 작년에 있었던 jtbc서울마라톤대회이다.
이번 2023 서울마라톤을 준비하면서 겨울 추운 날씨로 인해 지난 대회만큼 준비하지는 못했다. 내가 달리기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하는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다. 예를 들어 턱의 위치나 팔치기할 때의 자세 허리에서 힘이들어가는부분, 심지어 러닝화 끈 묶는 정도도 수정을 하였다.
두 번째 풀 코스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40분이라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던 가장 큰이유는 동반주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인 제가 42.195km를 달리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주로에서 달리기를 하는 동안 내가 힘들어하면 파이팅을 넣어주기도 하고, 뛰는 자세가 흔들리면 자세를 지적해 주기도 하고, 에너지와 수분이 부족할때면 적절하게 보충을 해주셨다. 결정적으로 동반주자가 나에게 목표달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셨고, 내가 알지 못했던 달리기의 잠재력을 끌어 올려주셨기 때문이다.
마라톤 15km 지점부터 우측 골반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이 통증은 풀 코스 골인할때까지 계속되어 레이스를 하는동안 너무나 신경이 쓰였다. 가장힘들었던 구간은 28~30km 구간으로 기억한다. 이 구간은 웬지 모르게 속도도 올라오지 않고 체력적으로도 너무나 힘들었던 구간이다. 구간별 페이스에서도 그 구간이 제일 떨어지는 구간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 후 마지막 2km은 누구나 힘들었겠지만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잘 안날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풀코스 완주를 마치자 마자 기록을 들었지만 바로 드는 생각은 쉬고 싶다, 아프다, 빨리 맛있는 음식 먹고 싶다로 가득했다.
다음 대회에서도 이 기록을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다. 다음으로는 장거리를 뛸 때 몸에 아픈 곳이 없도록 훈련량과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두 가지를 목표로 운동을 하다보면 기록유지나 약간의 단축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서브3이나 싱글 같은 기록은 아직 나에겐 환상같은 기록 꿈의 기록이라 아직 달성할 수 있을거라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 가이드 러너 김용정 씨가 보내온 메세지
⊙ 2005년부터 대회참가, 서브스리 5회. 최고 기록은 2시간 54분 17초, 2008년부터는 동반주 자원봉사 활동으로 마라톤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 서보원 씨가 5개월만에 40분을 단축한 성공 요인 : 서보원 씨와 훈련을 하면서 날이 갈수록 호홉 편해지고 있다는 걸 느겼습니다. 보원씨 스스로도 느꼈을 것입니다.
연습경기로 2월 12일 동계마라톤 하프, 2월 26일 고구려마라톤 32km를 뛰면서 동마를 뛸 때까지 부상이 없기를 간절히 원했지요.
⊙ 뛰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 어느 마라톤 대회든 다 힘들지만, 이번 대회는 27~33키로가 아주 지루했습니다.
⊙ 하고 싶은 말 :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 토요일 남산 정기 훈련에 많은 분이 오셔서 함께 달리며 새봄 만끽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용정 씨는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VMK) 감독 김영아 씨와 팬으로 만나 결혼을 했으며, 부부 마라토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씨는 적극적인 시각장애인마라톤 동반주 봉사활동 참여로 VMK로부터 '2022 빛나눔' 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