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낙타, 김정아 시인 ' 꽃지섬'
[온 국민이 기자인 한국시민기자협회 윤일선 ]
꽃지섬 -김정아-
작은 섬 하나가 서해로 숨어들며
숨을 몰아쉬는 해를 잡으러 간다.
갯벌은 허기진 속을 드러내고
노을에 취한 게들은 갈지자걸음으로
천년 화석이 된 뱃노래를 캐고 있고
맨발로 서성이는 할미바위 산조가락에
바다는 비릿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서해는어둠을 말아 휘파람을 불고
바닷가 우체통은 숨을 죽이고 있다.
숨을 몰아쉬는 해를 잡으러 간다.
갯벌은 허기진 속을 드러내고
노을에 취한 게들은 갈지자걸음으로
천년 화석이 된 뱃노래를 캐고 있고
맨발로 서성이는 할미바위 산조가락에
바다는 비릿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
서해는어둠을 말아 휘파람을 불고
바닷가 우체통은 숨을 죽이고 있다.
김정아 시인 : 강원도 철원 출생. <문학세계> 신인상. 경산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회원. 시집 <마술에 걸린 여자> <연꽃 만나고 가는 나그네>
詩評 -시인 강대선-
안면도에서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꽃지 해수욕장 일몰이다. 꽃지는 ‘꽃이 많이 피는 곳’이라는 뜻으로, 한자 이름은 화지(花地)다. 붉은 햇덩이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질 때 커다란 해가 온 세상을 삼킬 듯 붉게 물들이며 두 바위 사이로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답다 못해 장엄하다고까지 사람들은 말한다. 시인도 이곳에서 일몰을 보고 있다.
“작은 섬 하나가 서해로 숨어들며/숨을 몰아쉬는 해를 잡으러 간다.”에서 시인은 섬 하나가 마치 바다 위에서 살아 움직이고 것처럼 생동감 있게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천년 화석이 된 뱃노래를 캐고 있”는 “노을에 취한 게들”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뒤에 연결되는 할미바위의 전설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
할미바위는 신라 때 장보고의 부하 장수로 안면도를 지키던 승언이 갑자기 북방으로 발령이 나서 떠났는데, 그의 부인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쳐 할미바위가 됐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시인의 사유는 남편을 기다리는 미도 부인이 “맨발로 서성이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고 시인의 귀에는 화석이 된 천 년의 뱃노래가 다시 들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할미바위에게서 산조가락을 듣는 것이다. 산조는 어떤 가락일까. 산조는 유독 전라도를 비롯하여 충청도, 경기도 남부의 민속악인(民俗樂人)들이 주로 연주하였다고 한다. 그러니 시인이 할미바위가 듣는 가락은 그리움과 한(恨)이 서린 가락인 것이다. 이렇게 바람이 전해주는 산조가락에 취한 시인의 귀에는 바람소리, 파도소리, 기러기소리들도 모두 산조가락으로 들려오는 것이다.
“바다가 비릿한 몸짓으로 춤을 춘다”고 말함으로써 산조가락에 내가 춤을 추는 것인지 바다가 춤을 추는지 모르는 몰입 속으로 빠져 든다. 하지만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는다. 시인의 감정은 “서해는 어둠을 말아 휘파람을 불고/바닷가 우체통은 숨을 죽이고 있다.”에서 조심스럽게 드러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우체통’은 미도의 기다림과 시인의 기다림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매개물인 것이다.
소식이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맨발의 미도처럼 ‘우체통’ 또한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대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을 죽이고 있는 우체통처럼 시인 또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시인이 숨을 죽이며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누구이든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 또한 시인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인은 우리네 인생도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 천 년 후이나 모두 이렇게 기다림에 붉게 물드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붉게 물든 시인의 우체통에 단풍 몇 장 긴 사연인 듯 슬쩍 밀어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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