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리(Corylopsis coreana)는 조록나무과에 속하며, ‘송광납판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리산 일대와 전라남도 지역의 산지에 집중분포하고 있는 낙엽관목으로 무등산의 ‘털조장나무’ 변산의 ‘변산바람꽃’, 괴산의 ‘미선나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특산종 중에 하나다. 히어리라는 이름이 짐짓 외래어처럼 느껴지지만,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이 그대로 불리게 된 순우리말의 이름이다.
한편 히어리가 송광납판화라고 불리는 이유는, 히어리가 처음 발견된 곳이 송광사(조계총림 송광사, 순천) 부근이었고, 꽃받침이나 턱잎이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이것이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부른 것이다. 조선에서 자라는 납판화라는 의미로 ‘조선납판화’라고도 하였다.

히어리의 꽃말은 ‘봄의 노래’다. 그래서인지 히어리를 ‘해를 여는 나무’라는 의미로 해석하곤 하는데, 유사종이 없어 1속 1종에 해당하는 우리 토종의 식물인 히어리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의 깃대종이라는 사실이 더 의미 깊다.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란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제한된 개념으로, 특정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을 의미하는데, 지리산은 식물로는 히어리, 동물로는 반달가슴곰이 깃대종이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국보 제157호 무령왕비 금귀거리와 사뭇 닮은 히어리.

싸리, 원추리, 고사리, 미나리처럼 ‘리’자로 끝나는 순우리말 이름.
히어리는 요즈음 對일본외교를 향해 '양보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되새겨보게 하는 자존의 봄울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