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흔히 병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삭막한 인테리어와 희고 딱딱한 환자용 침대, 특유의 소독약 냄새 등이다. 여기에 환자복을 입은 무기력하고 생기없는 표정들, 누구나 생각하는 병원 병실의 모습이다.

하지만, 빛고을전남대병원 61병동 68호실은 여느 병실과는 다른 분위기다. 61병동 68호실은 공동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실이다. 공동 간병인 병실은 이 병원에서도 총 4곳뿐이며 61병동 68호실은 그 중 한 곳이다. 빛고을전남대병원 관절치료 전문병원으로 설립된 곳이다. 따라서 61병동 68호실에도 무릎이나 허리 등 관절을 수술한 환자들이 있는 병실이다. 간병인 4명이 3교대로 수술환자들의 간병을 맡고 있다. 간병인 배치는 다솜이재단과 협력관계로 운영된다.
공동 간병인이 수술 환자들을 돌보면서 병실 안은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 간병 때문에 찾은 보호자들의 짐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보호자가 없는 일부 수술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소외감도 간단하게 해결된다. 전문 간병사 교육을 이수한 간병인을 중심으로 6168호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동일한 간병인에게 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자연스레 동질감도 생겼다. 환자들간 대화가 오가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61병동 68호실 환자들은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시다. 젊은 시절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는 말 대신 일터에서 땀을 흘리며 온몸으로 아픔을 참아내던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 세대다. 나이를 한참을 먹고서야 뒤늦게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았다. 수술 후 고통을 감당하기도 힘든 나이지만, 이분들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병실을 눈물 대신 웃음꽃으로 장식한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71세 윤수언 할아버지. 윤수언 할아버지는 적어도 병실에서는 연예인이다. 매일매일 힘든 재활치료를 이겨내야 하는 고령의 환자들을 위해 할아버지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불러 주신다. 70세를 넘기셨지만 감성적인 보이스의 가창력은 수준급 싱어다. 할머니 팬들이 줄을 설 정도. 지난달 왼쪽 무릎을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회복 중이다. 한쪽 무릎 연골이 모두 닳아 인공관절 수술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신다.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오래 산다. 건강하게 산다’며 연신 웃음꽃이다.

올해 79세인 신추자 할머니. 할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어 4남 1녀를 키워내셨다. 고된 농사일도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며 시골 살림에 5남매를 대학까지 보내 번듯하게 키웠다. 평생 일만 하다 보니 허리와 무릎 등 관절이 성할 리 없다. 9년 전 왼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했고, 3일 나머지 오른쪽 무릎마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제대로 허리를 펴지도 못하는 허리디스크에 양쪽 무릎 연골까지 모두 자식들을 위해 사용하셨다. 79세의 나이에 인공관절을 수술을 받고 나오시자 마자 집에 홀로 계신 할아버지 생각뿐이다. 치매끼가 있는 할아버지가 밥을 제대로 챙겨 드셨는지, 약은 빼 먹지 않으셨는지. 환한 미소를 너무나 아름다운 할머니다.

심장 협심증 수술에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80세 김삼례 할머니는, 이번에는 오른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평소 늙은 나이에 무슨 수술이냐고 생각했지만, 할머니의 소녀감성이 생각을 바꾸게 했다. 어느날 장롱을 열어보니 너무 예쁜 옷들이 많은 걸 봤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라도 저걸 입어보자’는 생각이 들자 힘이 생겼다. 아들내외와 손주들이 사준 옷들이다. 할머니는 재활치료가 버겁기만 하지만, 다리가 나으면 예쁜 옷 입고 다시 병원을 찾아오겠다고 하신다.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노래도 부르고 담소도 나누면서 웃으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하신다.

경기도 화성에 거주하는 43세 김호성 씨. 김호성 씨는 61병동 68호실에 귀염둥이 막내다. 43세에 애교 부릴 일은 없지만 동료 환자들이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시라 자연스럽게 막내가 됐다. 아직은 한창 활동할 나이에 김호성 씨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라는 진단을 받았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골반뼈와 함께 고관절을 이루는 넓적다리뼈의 윗부분 즉,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해당 부위의 뼈조직이 괴사하는 다소 무서운 질환이다. 걸을 때는 물론 앉아 있어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있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 김호성 씨는 “골반 인공관절 수명은 과거 10년 안팎에서 재질이 좋아져 현재는 20~30년 혹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건강을 찾게되면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빛고을전남대병원 61병동 69호실은 사람 사는 이야기로 대화가 끊어지지 않는다. 환자들은 대화와 웃음으로 수술 후 고통도 힘든 과거도 노래와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환한 미소가 피어나는 병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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