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0년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국제옴부즈맨협회(I.O.I.)가 주최한 ‘당신의 논리(말)를 날카롭게 하라’라는 부제로 열린 옴부즈맨 교육에 참가하였다. 이 교육에는 옴부즈맨 업무를 담당하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15개국 공무원 43명이 참가하였는데,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옴부즈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앙드레 마린(Andre Marin)과 바바라 핀리(Barbara Finlay)는 3일간의 훈련기간 내내 열정적으로 체계적인 조사를 위한 방법과 사례들에 대해 강의해주었다.
개최지는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
이 훈련이 개최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도시’로, 수많은 오래된 건물들이 볼만하다. 이들 건물들은 중세시대 또는 르네상스시대에 대부분 건축된 것으로 전쟁 시 화재로 소실되기도 하고 다시 재건축되기도 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런 이유로 비엔나의 구도심 지역에는 수선 중인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문 이로파호텔은 비엔나의 구도심에 있었는데 각종 명품 매장들이 즐비한 카른트너 거리를 끼고 있었다. 덕분에 비엔나의 영혼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건물인 슈테판 성당을 매일 볼 수 있었다. 슈테판 성당은 1147년에 건축이 시작되었고 1258년도에 발생한 비엔나의 대형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263년에 보헤미안 왕이 다시 건축했던 것을 1359년 합스부르크 왕가가 로마네스크 양식의 기존 성당을 철거해버리고 고딕양식으로 새롭게 건축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첫 공식적인 일정은 11월 14일 오후의 시내투어로 시작되었다. 가이드는 우리가 머문 호텔 바로 앞에 있는 합스부르크가 교회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궁과 현재 대통령집무실로 활용되고 있는 건물을 안내해주었고, 도심 한 가운데에서 발굴된 로마시대 주거지도 보여주었다. 모짜르트가 가장 유명세를 탈 때 3년간 살았다는 4층짜리 건물은 지금은 모짜르트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시티투어는 약 4시간 소요되었고,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동안 오스트리아의 역사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 정도로 어림짐작되는 가이드는 비엔나와 오스트리아의 역사에 대해 무한한 자긍심을 갖고 있었고 그런 모습은 큰 신뢰감을 들게 했다.
시티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국제옴부즈맨협회 사무총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초대되었다. 훈련과정 참가자 전원이 참석한 만찬장은 비엔나에서 버스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고, 나무로 된 원탁식탁이 인상 깊었다. 뷔페음식은 오스트리아의 전통음식인 ‘슈니첼(고기를 튀겨서 만든 요리)’과 샐러드, 와인 등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이렇게 식사를 같이한 덕분에 그 다음날부터 시작된 훈련과정은 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12개 분야로 이루어진 옴부즈맨 훈련과정
캐나다 온타리오주 옴부즈맨인 앙드레 마린과 바바라 핀리가 진행한 훈련과정은 12개 분야로 나뉘어져 ▲서론 ▲체계적 조사와 특별조사팀 운영 ▲조사에 대한 평가 ▲조사계획 ▲조사시행 ▲증인과 면담 ▲신청내용 목록 ▲내부고발자 ▲조사와 대중 매체 ▲증거의 평가 ▲보고서 쓰기 ▲감시자의 고발 순으로 진행되었다.
온타리오주 옴부즈맨인 앙드레 마린은 서론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토론토 G20 정상회의 시 경찰에게 수많은 시민들이 부당하게 구타당하거나 연행된 사건에 대해 확고한 어조로 소개해 주었고, 바바라 핀리는 이번 교육에서 가장 큰 비중을 갖는 ‘체계적 조사와 특별조사팀 운영’ 시간을 통해 모든 조사는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힘주어 설명하였다. 또한 체계적 조사를 위한 수단으로 특별조사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었다. 옴부즈맨 조사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으로 조사할 사건들을 구별하고, 조사 시기를 결정한 다음 민원인이 제기한 즉각적인 이슈를 넘어서는 보다 근원적인 주장들을 찾아내고, 감춰진 원인들을 분석하여 이슈들을 진단하고, 숨겨진 사회적 병폐(문제)들을 찾아내야 한다. 체계적 조사를 하기로 결정한 뒤에는 체계적 조사를 위한 계획서를 만들고, 사실을 수집하고 기존의 증거들을 정비하고 다른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본다.
그밖에 효과적인 조사를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들로는 넓은 의미에서 유사한 이슈에 해당하는 민원신청 건수를 수집하고 체계적 조사대상이 되는 이슈인지를 판단할 것, 그리고 민감한 이슈인지,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인지, 정당한 것인지, 논쟁거리가 되는지, 증인들이 있는지,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해당 사항이 조사할만한 사안인지 조사하기에 부적합한 사안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조사 여부를 결정한 후에는 체계적으로 이슈를 식별할 수 있도록 정형화된 서식에다가 관련 정책 및 절차, 개별적 유사사례의 수, 민원의 민감성, 대중의 관심, 심각한 불공정성의 여부 등을 적는다. 조사하는 동안에는 강제적인 요소들을 배제하여야 하고, 권고의 중대성, 다른 단체와의 관련성, 자원(인적, 물적)의 효율적 이용, 비공식적 해결의 가능성 등을 검토해야 한다.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조사팀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칠 필요가 있다. 특별조사팀은 조사사안에만 전념하여야 하고, 증거에 기초한 판단, 방법론, 사후관리의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특별조사팀의 조사활동은 개인들에게 혜택이 되는 결과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공공정책의 개선, 비용 절감, 정부기관의 감독의 효율성 개선에도 기여할 것이다.
온타리오 옴부즈맨이 소개한 중요한 두 가지 조사사례는 토론토 G20 정상회의와 복합장애자에 대한 수당지급 지연 및 거부였다. G20 정상회의는 사회적 미디어를 조사의 도구로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례로서 소개가 되었고, 이를 통해 사회적 미디어는 옴부즈맨 조사의 결정적 증거자료의 하나임이 입증되었다. 여기서 사회적 미디어라고 하면 인터넷에 개인들이 손쉽게 동영상, 메시지를 게시할 수 있고 또 이를 다수가 공유하거나 확산할 수 있는 트위터(twitter), 유 튜브(You tube), 플릭(flickr), 페이스북(facebook) 등을 말한다. 이들 사회적 미디어는 G20 정상회의장 둘레에 쳐진 담장으로부터 5미터 이내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시킨 규정을 어기지 않은 시민 다수에 대해서도 검문검색을 하거나 폭행이 행해졌음을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겼고 이를 인터넷 상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공유하였고 온타리오 옴부즈맨은 조사 시 이를 증거로 활용하였다. 두 번째 사례는 조사표의 작성과 유사사례 수집, 언론보도의 효율적 이용 등의 중요성에 대해 잘 보여주었다.
벨기에 참가자들은 온타리오 옴부즈맨이 소개한 복합장애자에 대한 수당의 지연지급 및 거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신청인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며 조사를 진행한 부분에 대해 자신들은 이와 유사한 경우라면 개별적인 민원으로 처리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좀더 중시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하였고, 또 조사를 진행하면서 점차‘중립자’에서 ‘옹호자’가 되게 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중립자’로서의 입장 견지가 옴부즈맨에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였다. 나 또한 그 의견에 공감하면서 옴부즈맨 제도는 각 나라의 역사와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그 밖에도 체계적 조사를 위해 필요한 유용한 기술들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고, 특히 조사를 진행할 때 피신청인의 상위 직급자와 접촉하라는 것과 해당 부처에 조사진행 사실을 통보할 것, 그리고 어떤 자료를 필요로 하는지 결정하고 문서뿐 아니라 사진자료도 요구할 것, 연관성 있는 이슈들을 찾을 것 등은 참고할 만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교육을 마치며
결론적으로 나는 이 훈련을 받으면서 다음 네가지 사항을 장기 과제로 우리 옴부즈맨제도에 도입을 검토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첫째, 시정권고를 받은 행정기관의 장은 그 처리결과를 통보할 때 기관장의 서명을 반드시 포함하여 회신할 것 둘째, 사인간의 관계라 하더라도 복권회사의 복권 발매, 수익금 사용 등 공익 및 시민생활에 관련성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할 것 셋째, 시정권고의 항목을 구체화하고 개별화하여 적시하고, 피신청인에게 유사사례에 대해 조사하여 시정하도록 하는 사항도 포함할 것 넷째, 시정권고를 하기까지 조사에 소요된 비용에 대한 청구를 필요할 경우에는 권고사항에 포함할 것 등이다.
마지막 날은 모든 참가자들과 온타리오 옴부즈맨 앙드레 마린, 바바라 핀리, 그리고 I.O.I. 사무총장 피터 코스텔카, 사무국 직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참가자들은 한 사람씩 앙드레 마린에게 수료증을 받았다. 일정상 더 많은 논의를 하지 못했지만 훈련은 매우 생산적이고 유익하였다. SYT 훈련의 좋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노동민원과 김명화 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