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 대한(大寒)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대한’은 이십사절기의 하나로 소한(小寒)과 입춘(立春) 사이에 든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00도에 이른 때로 한 해의 가장 추운 때이다.
1월 20일이 대한이다. 따라서 대한은 ‘매우 심한 추위’를 나타낸다. 이 추위를 무릅쓰고 계룡산을 찾았다. 신년 초라지만 마음이 허전해서였다.
계룡산 역시 주변이 온통 꽁꽁 얼었기에 말 그대로 ‘겨울스러웠다’. 산행길이 얼음으로 돼 있어서 발걸음에 조심을 기했다. 연전 빙판길에서 넘어져 한동안 크게 고생한 경험이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전이었는지라 인적은 뜸했다. 저 멀리 정상 부근에는 진눈깨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은 찼지만, 계룡산의 공기는 역시 맑았다.
저수지 형태의 호수 부근은 얼음 사이로 맑은 물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순간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가 기억의 틈새를 벌리며 짜잔 등장했다.

=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 인생 항로 파도는 높고 /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 한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

요즘 다섯 번째 저서의 출간 문제로 머리가 꽤 어지러웠다. 출간비 마련 등 난제가 산적했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의 십시일반 성격의 크라우드 펀딩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남은 건 이제 명실상부 불후의 명작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거다. 그래서 ‘희망가’의 요지(要旨)처럼 나의 요즘 결기(決起)는 제아무리 견고하게 동결된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유유히 헤엄을 치는 그런 느낌이다.
아울러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는 시인의 주장에도 적극 동의한다. 조심조심 하산하면서 [계룡산국립공원 체험 학습관]을 찾았다. ‘지구 온난화 극복을 위한 여행’ 등 유익한 자료의 전시와 시설물이 눈길을 포박했다.

더욱 반가웠던 것은 <전국 국립공원 360도 VR 탐방>이었다. 직접 가지 않았음에도 실제 방문한 것 그 이상으로 생생한 풍경과의 조우는 새삼 정보화 시대의 유익함을 곱씹게 만드는 디딤돌로 작용했다.
이어서 만난 최고의 카타르시스는 단연 <어린이 도서관>이었다. 작가스럽게 나는 평소에도 책을 참 많이 사랑한다.

그동안 발간한 저서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나는 만 권의 책을 본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을 만나거나 강의를 할 적에는 이런 주장을 입에 달고 산다.
- “중국 사상가 고염무(顧炎武)는 ‘독서만권(讀書萬卷) 행만리로(行萬里路)’를 주창했습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다녀라’라는 그의 말을 좇아 저도 만 권 이상의 책을 읽었지요. 시시껄렁한 프로그램의 TV나 유튜브를 보는 대신 책을 보십시오. 그리곤 장차 반드시 내 책을 내는 작가가 되십시오.” -

동행한 지인이 진지하게 독서 모드에 몰입했다. 덩달아 나도 문학의 세계로 흠뻑 들어갔다. 문득 독서 명언이 떠올랐다.
-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
겨울스런 계룡산에서 느낀 또 다른 기쁨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