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엔 컵라면을 먹었다. 점심은 떡국으로, 저녁은 건너뛰었다. 지인과의 술자리가 원인이었다. 술을 마시며 밥과 음식을 먹는 이가 많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음주를 하면 당최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의 쌀 소비가 더욱 둔화된다. 20kg 쌀을 한 포대 사면 얼추 두 달 가까이 먹는다.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이 1등급 조곡 기준 40kg 포대당 6만 4,530원으로 결정됐다. 전년 같은 등급의 7만 4,300원에 비해 9,770원인 13%가 떨어진 것이다.
2022년산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이 결정되자 농민들의 반응은 ‘허탈하다’를 넘어 얼추 망연자실(茫然自失) 수준쯤 될 듯싶다. 영국의 경제학자였던 맬서스의 ‘인구론’(人口論)이 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이에 따라 기아와 빈곤이 발생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가 1970년 136.5㎏에서 2021년엔 56.9㎏까지로 줄었다.
국민이 이렇게 쌀을 외면하게 된 것은 쌀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WTO 가입 이후 다른 모든 먹거리가 국제 경쟁가격으로 수입되는데 쌀값만 국제가격보다 6배나 비싸니 소비 감소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소고기도 한우가 수입육보다 훨씬 비싸다는 건 상식이다. 이유가 뭘까? 먼저 규모의 차이다. 미국의 경우 소를 키우는 목장의 면적이 대한민국의 19배나 된다.
호주산 소고기도 환경이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1961~2020년간 세계 인구는 30억 8,000만 명에서 79억 명으로 2.6배 증가했다.
그런데 식량의 경우 쌀과 밀, 옥수수의 생산량은 각 2억~2억 5,000만t에서 쌀과 밀은 각 7억 6,000만t, 옥수수는 11억 2,000만t으로 각각 3.5배, 3배, 5.5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니 쌀값이 오를 리가 없다.
일본은 2012년 이후 21년까지 쌀값을 21.2% 떨어뜨렸는데도 1인당 쌀 소비는 50.7㎏이다. 같은 기간 우리는 쌀값을 31.9% 올렸다. 해법은 농민의 탈농(脫農)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비농민의 농지 취득도 농지의 전용도 어렵다. 이 때문에 고령농이 농지를 팔고 탈농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구태의연하게 식량 안보를 내세워 농민과 농지의 탈농을 막는 것은 시대착오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재빠르게 제품의 양을 줄이는 대신 가격은 올린다. 합리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현재 모든 농자재와 인건비, 이자 폭등으로 파산할 지경인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을 맘대로 올릴 수도 없다.
“(쌀)농사지어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다”는 말도 이젠 전설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