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心 녹인 '사랑의 동지죽'
冬心 녹인 '사랑의 동지죽'
  • 한국시민기자협회
  • 승인 2010.12.1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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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송봉사회, 푸른길 공원서 팥죽 봉사

지난16일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에서 열린 '동지죽 행복나눔잔치'행사에서 대한적십자사 남구봉사회 회원들이 관내 어르신들께 동지죽을 배식하고 있다. 윤재영기자

"따뜻한 동지죽 한 그릇 먹고 나니 강추위에 꽁꽁 얼었던 몸도 녹고 허전했던 마음도 든든해지는 것 같습니다."

광주지역 수은주가 영하 7도 가까이 떨어지는 등 매서운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16일, 광주 남구 푸른길 공원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대한적십자사 광주남구지부 진송봉사회가 연말연시 소외받는 이웃과 정을 나누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한 '사랑의 동지죽' 행사를 개최한 것.

이날 오전 11시. 진송봉사회 회원 50여명이 오전 8시부터 정성스레 끓인 팥죽을 나눠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꺼번에 100인분을 끓일 수 있는 2개의 가마솥에서 연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가마솥 한켠에서는 팥죽에 넣을 새알을 만드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먹음직스럽게 끓여진 팥죽은 그릇에 담기기가 무섭게 독거노인들에게 배달됐다.

공터에 마련된 100석 상당의 테이블이 이미 꽉 찼지만 팥죽을 먹기위해 공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순서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동지팥죽을 맛보기 위해 동네 동무들과 매서운 칼바람을 견디고 왔다는 김영자(73) 할머니 일행은 팥죽을 먹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김 할머니는 "봉사단체서 해마다 이렇게 팥죽을 나눠주니 고마운 마음 뿐이다"며 "벌써 두 그릇째 먹고 나니 추위도 싹 가시고 배도 든든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홀로 생활한지 32년째가 됐다는 박용대(82) 할아버지는 "팥죽은 이런 기회가 아니면 먹을 수가 없다"며 "연락 한번 안하는 자식들보다 집에도 찾아와 주고 이렇게 팥죽도 쑤워 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훨씬 더 정이간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팥죽을 먹기 위해 푸른길 공원을 찾은 인원은 모두 1천여명. 팥죽나눔 행사를 시작한지 1시간이 채 안돼 거대한 가마솥이 점점 바닥을 드러내더니 이날 준비한 1천500인분의 팥죽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진송봉사회는 팥죽뿐 아니라 섹소폰 연주와 노래자항 등 흥겨운 무대까지 마련해 행사장을 더욱 훈훈하게 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답게 살을 애는 듯한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었지만 '사랑의 나눔행사'가 열린 이곳 푸른길 공원에는 매서운 한파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진송봉사회 윤영숙 회장은 "몇일 전부터 준비하느라 회원들이 힘들었지만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쌓였던 노고가 싹 가시는 것 같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이날 사랑의 팥죽행사는 진송봉사회 회원 50여명이 십시일반 작은 정성을 모아 마련했으며 매년 팥죽과 떡국(2월)을 비롯해 삼계탕(8월) 나눔행사를 열고 있다.

김건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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